20대와 다른 체력…아휴, 힘들더라고요 체력 키우다 보니 덕분에 어깨재활 성공 동호인 야구서 전성기 구력도 되찾았죠 나의 행복? 영화와 야구 그리고… 개구쟁이 아이들과 사랑스러운 아내
“영화 후반, 전력으로 내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모습이 확실히 20대 때와는 다르더라.”
“액션스쿨에서 첫 훈련하던 날, 너무 힘들어 토까지 했다. 그때 ‘괜히 했나’ 살짝 후회했다.”
“연기할 땐 늘 불안하다. 지금도, 당연히 불안함이 있다.”
“요즘 토요일이 가장 좋다. 일요일에 야구를 할 수 있으니까. 하하!”
“집에 가면 현실을 잊는다. 아이들과 정신없이 놀다보면 그렇게 되더라.”
‘평범한’ 듯 보이는 이 말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배우 장동건(42)의 입에서 나왔다. ‘달라진’ 자신의 체력을 스스로 깎아내리기도 했고, 대부분의 톱스타들은 꺼리기 마련인 자녀와 가족 이야기 역시 어렵게 묻지 않아도 먼저 편안하게 들려줬다. 특히 ‘야구’를 이야기할 땐 그 작은 얼굴에 온통 주름이 지었다. 만면에 미소를 감추지 못해서였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의 근원은 아무래도 6월4일 개봉하는 영화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 개봉을 기다리며 갖는 설렘에서 나오는 듯 보였다. 처음 참여한 본격 액션 누아르 장르의 영화. 배우를 꿈꾸던 청소년 시절, 장동건의 마음을 빼앗은 영화들은 모두 누아르였다.
“지금도 내 마음 속 영화의 1, 2, 3위는 ‘대부’ ‘스카페이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같은 누아르다. 이정범 감독이 ‘아저씨’를 만들고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쭉 누아르만 하겠다’고 했던 말을 봤다. 그 말에 신뢰가 갔다.”
장동건은 미국 사막에 버려져 자란 킬러 곤이란 인물로 몇 개월을 살았다. ‘우는 남자’는 그런 곤이 타깃에게 연민을 갖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현장에서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내가 맡은 인물처럼 변해가는 ‘역전화 시점’이란 게 온다. 배우가 감독보다 인물을 더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랄까. 영화는 완벽히 연출가의 예술이라 믿지만 역전화 시점이 오면 내 의견을 조금씩 꺼내기도 한다.”
그런 장동건은 “표현의 폭이 큰 배역일수록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우는 남자’는 특히 더했다. 액션도 빼놓을 수 없다. 장동건은 촬영을 시작하기 4개월 전부터 경기도 파주 액션스쿨을 드나들었다.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도 액션을 해왔지만 이번엔 ‘체력’부터 길러야 했다.
“한동안 몸을 쓰지 않았더니 몸이 좀…(웃음). 20대 때만 못한 것도 같고. 체력훈련을 해서 가장 좋은 건 있다. 원래 야구 포지션이 투수였는데 3년 전 어깨를 다쳐 공을 못 던졌다. 영화 준비로 체력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어깨 재활에 성공했다. 이젠 전성기 구력(120km대)을 회복했다. 하하!”
영화, 야구와 더불어 그의 생활을 채우는 건 가족이다. 배우인 고소영과 결혼해 2010년 첫 아들을 낳았고 올해 3월 둘째 딸을 얻었다. “집에 있으면 아이가 막 뛰어다니니 다른 걸 생각하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이가 잠들면 그제야 내일 할 일 생각하는 거지.”
그래도, 여전히, 장동건을 자극하는 건 역시 영화다. 최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보고 그는 “놀랐다”고 했다.
“주인공이 매튜 맥커너히라는 걸 미리 듣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다. 할리우드가 굉장히 상업적이고 영화를 마치 공장처럼 찍어낸다 해도 여전히 대단한 곳이다.”
장동건은 그런 할리우드를 이미 경험하기도 했다. 2010년 개봉한 ‘워리어스 웨이’ 때다. 그보다 앞서 ‘무극’을 시작으로 ‘위험한 관계’까지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묘하게 낯선 그 환경이 재미있다”고 그는 말했다. “배낭여행하면 당시는 많이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남아 또 떠나고 싶지 않나. 비슷하다.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유연해지지 못했을 것 같다.”
해외에서 활동할 기회가 또 온다면 그는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잠시 머뭇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