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사퇴 결심 굳힌듯… ‘朴心’이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안대희 사퇴 후폭풍]
여권 靑개편 불가피론 확산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인사 책임론에 휩싸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인사 책임론에 휩싸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후폭풍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뒤흔들고 있다. 국정운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청와대는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론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 책임론의 중심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실장을 정조준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 실장도 주변에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김 실장의 사의를 두 차례 반려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여권 내에선 이번엔 김 실장의 사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 김 실장 사퇴 가능성 커져

박 대통령은 29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민군(民軍) 기술협력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 국정 현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외부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김 실장은 동행하지 않았다. 자신의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야당은 이런 김 실장을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 출범 2년차가 되도록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검증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전면적이고 철저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김 실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김 실장이 충실하게 박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당청 관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과, 김 실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들어 김 실장에 대해 우호적이다. 그러나 이번 안대희 낙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못하는 분위기다.

○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전면 개편 가능성

여권 내에서 6·4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에 총리 낙마 파동까지 겹치면서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청와대 책임론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거세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주류들은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쇄신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불거진 모든 악재에 대한 책임을 털고 가는 차원에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책임론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떠밀리듯 떠나기보다는 새 총리 인선 작업 등을 마무리한 뒤 자신의 결단에 의해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실장은 여권 핵심부 인사들에게 자신의 향후 거취를 정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이미 두 차례 사의를 밝혔지만 박 대통령이 만류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올해 초 장남이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입원해 있는 상황에서도 김 실장은 공선사후(公先私後)를 강조하며 업무를 챙겨 왔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은 사심이 없고 박 대통령의 뜻을 충직하게 이행하고 있어 어느 누구보다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며 “김 실장이 물러나려면 대통령의 가슴 아픈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이런 비중을 감안할 때 그가 물러난다면 수석들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의 대대적인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안대희 사퇴#김기춘#청와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