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안전점검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들의 부실 점검이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실한 가스 안전점검을 일삼은 민간 검사기관 7곳이 적발됐다. 또 정부의 가스 안전점검 업무를 위탁받은 한 협회에 임원으로 재취업한 퇴직 관료는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가스 안전점검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 검사기관 63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한국에이치백산업협회와 대한냉동산업협회 등 7개 기관의 부실 안전검사를 적발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60일간의 사업정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내 가스 안전검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전담하지만 산업부는 민간회사를 검사대행업체로 지정해 안전검사 기능을 위탁하고 있다. 산업부는 세월호 참사로 정부가 민간에 위탁한 안전점검 업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달 중순부터 이들 기관에 대한 감사에 들어간 바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 검사기관은 지난해 경남의 2개 제조업체를 방문해 20분 만에 가스 관련 제품과 시설 226대를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 제품 1대당 5.2초꼴로 안전점검을 마친 셈이다. 또 다른 검사기관은 가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10여 년 전 발행된 다른 제품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는데도 이를 눈감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가스 제품은 시험검사기관으로부터 안전하게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 모든 안전검사를 마친 뒤 찍어줘야 하는 ‘합격 각인’을 중간 단계에서 찍어 주거나 현장 검사에 나서기도 전에 미리 검사 결과를 담은 검사표를 써둔 검사기관도 적발됐다.
산업부는 또 가스 안전검사 기관인 한 협회의 퇴직관료 출신 상근부회장이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협회장에게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 출신인 이 임원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을 드나들고 해외출장 때 개인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임원은 또 전용차 대신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내부 지침을 바꿔 매달 차량 유지비를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바꿔 앞으로는 협회 등 사업자 단체들이 가스 안전점검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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