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주 행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남 순천은 1999년 탈옥수 신창원 때문에 떠들썩했던 곳이다. 신창원은 경찰의 수사망을 뚫고 907일간 전국을 누비다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검거됐다. 검거 작전을 지휘한 인물은 당시 순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김진희 전 광주지방경찰청 보안과장(61·사진)이다. 그는 1976년 경찰에 입문해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을 수사 계통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6월 정년퇴임한 김 전 과장은 “유 전 회장의 검거 작전이 장기화하지 않으려면 검경이 공조수사를 해야 한다”며 “신창원 검거 당시에도 공명심을 앞세워 혼자 공을 올리려는 이들 때문에 몇 번이나 놓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유 전 회장의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경찰에 주변 일대에 포위망을 쳐달라는 협조 요청 없이 단독으로 움직이다 검거에 실패했다. 김 전 과장은 “신창원은 도주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빼앗는 등 흔적을 남겼다. 반면 유 전 회장은 신도들의 도움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어 검경 간 원활한 정보 교류가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과장은 검찰 수사팀이 인천과 경기지역에서 온 탓에 순천지역의 지형지물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검거 작전에 나설 때는 현지를 잘 아는 지역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순천은 면적만 서울의 1.5배에 달하고 주위에 산이 많아 은신처 수색이 쉽지 않다.
그러나 김 전 과장은 유 전 회장 검거가 신창원의 경우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거 당시 32세였던 신창원은 경찰과 격투를 벌인 뒤 도주하곤 했다. 반면 유 전 회장은 ‘70대의 고령’이라 작전만 제대로 세운다면 쉽게 검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은 수행원이 따라붙어야 생활할 수 있다고 들었다. 결국 이동할 때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저인망식 탐문수사로 유 전 회장을 돕는 연결고리를 찾는 게 검거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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