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다. 공무원 시험은 매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이 되기도 힘들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제대로 된 공무원을 찾기도 힘든 시대다. '왜 공무원이 되어야 하고 어떤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가'를 강조해 많은 공무원을 배출하고 있는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를 취재했다.
"비결은 열정입니다."
정기성 공공정책대학 소방행정학과 교수에게 2013년 한 해만 40명의 학생을 공무원시험에 합격시킨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교수의 열정이 학생을 공무원으로 만든다.' 납득하기 힘든 답이어서 꼬치고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과에 들어 온 학생 대부분은 공무원을 목표로 합니다. 1학년 신입생 때부터 공무원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얘기해 주지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가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최소 1주일에 한 번 신입생들은 2,3학년이 될 때 까지 '언제나' 교수를 찾아옵니다. 교수실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그래서 또 물었다. "교수님들은 수업 때만 학교에 나오지 않나요. 그리고 서울서 출퇴근 하지 않습니까." 정 교수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 교수들은 전부 이곳에 살고 있고 수업이 있든 없든 항상 교수실에서 학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뉴욕 FIT 박진배 교수를 취재할 때 FIT의 경쟁력 중의 하나가 '자식 대하듯 학생을 대하는 것'이란 말이 떠올랐다.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서울과 전라북도 소방행정9급 필기시험에 합격해 지금 면접시험을 기다리고 있는 박이란 씨(소방행정4)는 "일주일에 1번 이상 20~30분간의 면접 시간을 통해 '넌 할 수 있다' '넌 될 거야'라는 응원의 말씀을 해주는 교수님들을 통해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은 것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2013년 소방공무원이 돼 지금 익산소방서에서 지방소방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순관 씨(25)도 "입학 후 부모님처럼 대해주는 교수님들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공무원 시험이 어렵지 않았다"며 교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두세번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을 어루만져주는' 교수들을 찾아가 귀찮게 했다고.
교수들의 열정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무원 시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특화된 커리큘럼을 짰고 영어교육과의 도움을 받아 맞춤 강의를 하는 등 '허용 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이용했다. 영어에 대한 이같은 체계적인 '관리'는 학생들이 2학년을 마칠 때쯤이면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과 비슷한 영어실력을 갖추는데 도움을 줬다. 학과는 또 소방공무원 시험에 체력 시험이 있는 걸 감안해 2학점인 보건학 강의에는 체력실기를 넣어 학생들이 따로 시간을 내 체력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했다. 학생들 역시 배드민턴, 축구 동아리 등을 만들어 학교에 있는 동안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4년 개설된 '젊은' 원광대 소방행정학과는 전국 65개 소방학과 중 최다 공무원 합격자를 자랑한다. 2012년 33명, 2011년 14명, 2010년 28명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이중에는 최연소 소방간부후보생, 경찰, 여군사관후보생들이 포함돼 있다. 2012년 소방행정학과는 이 공로로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으로부터 '공무원 진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기자가 소방행정학과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보건학 강의를 들으면서 열심히 체력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큰 불이 났지만 다른 사람의 부모를 구하기 위해 정작 본인의 아버지는 구하지 못했던 홍모 소방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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