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개성공단 입지 조건으로는 풍부한 노동력 이외에도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충분한 물류 시설이 필수적입니다. 기왕이면 현재의 개성공단과 가까운 곳이면 더 좋겠습니다.”
2월 4일 중소기업중앙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제2 개성공단을 화두로 꺼냈다. 김 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 수가 2000여 개였다”며 “지금 다시 수요 조사를 하면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2 개성공단 후보지로 꼽는 곳은 4∼7개 지역이다. 이날 중기중앙회 측은 북한의 정치 상황을 고려해 러시아 및 중국과 국경이 맞닿은 나진과 선봉지역(이하 나선 지역)을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이 지역은 두만강 유역의 ‘황금 삼각지대(Golden Triangle)’로 최근 동북아시아의 차세대 물류 중심지로 떠올랐다. 특히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와의 거리가 불과 55km이고, 동해로 나가는 출구가 없는 중국에도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다만 전기와 물류, 수도 등의 기반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는 게 단점으로 거론된다.
서해안 핵심도시인 황해남도 해주와, 평양과 인접한 평안남도 남포는 현실성이 가장 높은 후보지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당시 남북은 남포 지역에 제2 개성공단을 만들자는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북한 고급 노동 인력의 상당수가 이곳에 거주한 점도 매력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해주를 선호한다. 기존의 각종 인프라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해군력의 60%가 해주 인근에 배치된 점이 걸림돌이다.
최근에는 북측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남측 지역에 제2 개성공단을 짓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특히 강화도 인근인 경기만 일대, 정확하게는 석모도 북쪽과 교동도 사이의 갯벌 지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수심이 5m 내외인 이곳을 간척해 공단으로 조성하고 인근 섬 지역에 북측 근로자가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자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개성고도과학기술구, 와우도수출가공구와 같은 경제특구가 제2 개성공단 후보로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에 더 많은 근로자가 일할 수 있게 기숙사를 건립하는 게 더 급하지만 제2, 제3 개성공단의 입지에 대한 논의도 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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