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을 쫓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유 전 회장이 밀항을 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와 접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아직 밀항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고, 전남 일대 해안가 경비와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과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전남 순천시와 고흥군을 시작으로 완도 해남 진도 무안 등 해안과 맞닿은 전남 13개 시군의 주요 진출입 도로 폐쇄회로(CC)TV나 여객선 입출항 대장을 확인하고 검문검색도 병행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이 밀항을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전남의 해남 쪽에서 유 전 회장 측 인사가 “큰 배를 빌릴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한 사실이 수사팀에 신고되기도 했다. 또 유 전 회장 측근 소유의 차량이 지난달 말 전남 영암 해남 무안 일대를 돌아다닌 것을 확인하고 이것이 밀항 장소 물색을 위한 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전남 해안가에는 유 전 회장의 연고가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신안군에는 장남 대균 씨(44)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모 씨가 운영하는 염전이 있고 완도군 보길도에는 ‘하나둘셋농장’이 있다. 여수시에는 청해진해운의 지부가 있다. 또 해운사업을 장기간 해온 유 전 회장이 밀항을 위해 필요한 인맥을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검경은 비서와 요리사 등 수행원이 여러 명 있어야 생활이 가능한 유 전 회장의 습관 때문에 아직 밀항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밀항할 때 혼자 하지 않고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면 검거 가능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순천=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