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혐오 사이… 동성애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퀴어문화축제와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일대에서 동시에 열렸다. 왼쪽 무대 위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 등을 외치자 오른쪽에 반대 측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퀴어문화축제와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일대에서 동시에 열렸다. 왼쪽 무대 위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 등을 외치자 오른쪽에 반대 측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주말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성소수자 보호를 요구하는 집회와 이에 반대하는 항의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합법적으로 집회신고를 마친 성소수자 보호 집회를 일부 종교단체와 우파 시민단체가 가로막으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7일 낮 12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신촌거리에서는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매년 6월 한국에서 열린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등 성소수자 축제다. ‘퀴어(Queer)’는 ‘기묘한, 기분이 나쁜’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 처음에는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데 쓰였으나 1960년대부터 동성애자들이 사회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스스로를 ‘퀴어’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이날 ‘차 없는 거리’가 시행된 연세로에는 축제부스 63개가 차려지고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의 전시회 등의 이벤트가 열렸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신촌상가번영회 등 많은 분의 도움으로 축제를 개최했다”며 “한국의 성소수자에게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청은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행사 승인을 철회했으나 경찰이 집회를 허가해 행사가 열리게 됐다.

축제에는 7000여 명(경찰 추산)의 참가자들이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다. 오후 5시 반부터 참가자 3000여 명이 신촌 현대백화점과 유플렉스 일대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대학생과 시민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물놀이와 거리 공연 등이 펼쳐지자 외국인들이 함께 춤을 추고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동성애에 반대하는 일부 우파단체와 종교인들이 같은 장소에서 맞불집회를 시작하며 소란이 일었다. 어버이연합, 탈동성애운동을 펼치는 홀리라이프 등 회원 300여 명은 퀴어퍼레이드에 반대하며 오후 5시 반경부터 4시간가량 행진을 막고 축제 참가자들과 대치했다. 퀴어퍼레이드는 연세로에서 신촌 기차역 방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반대 측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에 눕는 등 오후 10시경까지 행진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도로에 누운 반대 측 단체회원 4명을 불법집회라며 연행하자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변 시민들은 동성애 찬반과는 상관없이 대부분 시위대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재학 중인 서모 씨(26)는 “나는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저런 식의 반대 시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한 20대 여성 축제 참가자도 “음악 듣고 그저 웃고 즐기는 축제였는데 반대 단체에서 집회를 열면서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축제 측 참석자들이 사물놀이를 진행하는 장소 바로 옆에서 일부 종교인들이 피켓을 들고 기도회를 열며 “동성애는 죄악이다, 회개하라”고 외치자 이를 지켜본 몇몇 외국인들은 의아해하기도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동성애#성소수자 집회#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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