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보청기 끼었더니 말소리가 웅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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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보청기 처방과 관리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환자에게 보청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환자에게 보청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얼마 전 72세 남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5년 전 ‘양측 귀속형 보청기’를 구입해 착용했지만 소리가 울리고 말소리의 선명도가 보청기를 안 낄 때보다 더 떨어진 상태였다. ‘개방형 귀걸이형 보청기 양측’으로 바꿔 끼었지만 소음이 많이 들리고 소리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처음에 낀 귀속형 보청기는 귀를 막아서 울림소리에 대한 불편함과 울림소리 자체의 진동으로 말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졌다. 바꾼 보청기는 마이크가 귓바퀴 뒤에 위치해 귓바퀴의 생리적인 기능인 소리 모음현상을 얻을 수가 없어 소음이 그대로 들리게 됐다.

청력검사를 시행해봤더니 소리를 크게 들리게 하는 것보다는 선명하게 들리게 하는 보청기가 필요한 노인성 난청이었다. 울림소리에 대해 상당히 예민했고 주변 소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정도로 뇌의 청각 기능 저하가 심한 편이었다.

필자는 주변 소음의 영향을 제어하기 위해 생리적인 소리 모음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귀속형 보청기 양측을 다시 처방했다. 보청기를 제작할 때 소리 울림현상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말소리가 선명하게끔 디자인했다. 또, 무선 자동 볼륨조절기를 첨가했다. 당사자의 난청 특성에 따라 사후관리를 했고, 그 결과 그는 현재 보청기 착용에 만족하고 있다.

개인의 귀 모양은 다 다르고 개인의 귀도 좌우측이 다르다. 양측 보청기를 착용하는 경우 보청기의 크기가 비대칭이면서 초기에 한쪽이 유난히 불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인성 난청인 경우 말소리를 깨끗하게 들리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보청기의 끝이 최대한 고막 가까이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향성 마이크를 이용하거나 말소리만 선별해서 잘 들리게 하는 기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래의 귓바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소리가 훨씬 자연스럽다. 개인마다 난청의 정도는 다르다. 같은 정도의 난청이라도 개인마다 소리에 대한 민감도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보청기 처방이 필요하다.

적절한 보청기 처방만으로는 보청기의 효과를 100% 기대할 수 없다. 각자 소리에 대한 민감도, 소리 울림이나 날카로운 소리에 대한 저항감, 소음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소리를 구분해 들을 수 있는 능력(뇌의 청각기능)에 따라 보청기 조절과 사후관리를 받아야 한다.

보청기 처방과 조절은 보청기 착용 만족감에 대한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 보청기 효과를 확인하고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말소리의 선명도는 난청환자의 컨디션이나 대화 상대방의 컨디션에 따라, 대화하는 환경에 따라 다르고 말하는 상대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말소리의 선명도에 대한 변수도 이렇게 많을진데 단순히 보청기 하나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모순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청각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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