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상상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월드컵 트로피를 손에 들고 환호하는 장면이다. 물론 이러한 영광은 4년에 한 번 우승국 23명의 선수에게만 허용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유일하게 월드컵 트로피 ‘진품’을 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승 세리머니만 한 뒤 진품 트로피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져간다. 월드컵 우승팀이 고국으로 가져가는 트로피는 진품과 똑같이 만들어진 도금 복제품이다. 트로피의 소유권이 FIFA에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트로피는 세상에 단 두개만 존재한다. 브라질이 갖고 있는 ‘쥘리메 컵’과 FIFA가 보관하고 있는 ‘월드컵 트로피’다. ‘쥘리메 컵’은 프랑스 조각가 아벨 라플레가 만들었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팔각형의 컵을 손으로 받치고 있는 모양으로 금으로 도금된 순은으로 만들어졌다. ‘쥘리메 컵’은 월드컵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쥘 리메를 위해 1946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이름이 지어지기 전인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과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쥘리메 컵’을 그냥 ‘월드컵’이라고 불렀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쥘리메 컵’을 영구소유하게 됐다.
엄밀하게 말해 브라질이 갖고 있는 ‘쥘리메 컵’도 진품은 아니다. 브라질 축구협회가 보관하던 ‘쥘리메 컵’은 1983년 도난당했다. 당시 브라질 빈민가의 4인조 강도를 검거했지만 결국 ‘쥘리메 컵’의 행방을 찾지는 못했다. 이들이 트로피를 녹여 팔아치웠다는 소문만 전해지고 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복제품을 제작해 1984년 브라질 대통령에게 증정했다.
‘쥘리메 컵’ 이후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월드컵 트로피’다. FIFA는 1974년 독일(서독) 월드컵을 앞두고 새 트로피 디자인을 공모했다. 7개국에서 제출된 53개의 디자인 중에서 이탈리아 작가인 실비오 가자니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가자니가는 자신의 작품을 “바닥에서부터 이어지는 나선은 지구를 감싸안고 있다. 트로피 몸체의 역동적인 조각은 승리의 순간을 만끽하는 선수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품 FIFA 월드컵 트로피의 높이는 36.8cm, 무게는 6.175kg이다. 금으로 만들어졌다. 시세로 따지면 약 2억 원이 조금 넘지만 실제 가치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 때문에 월드컵 트로피는 2억8000만 원의 분실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트로피 밑 부분에는 ‘FIFA 월드컵’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대회마다 우승국의 이름이 우승국의 언어로 트로피의 밑 부분에 새겨져 있다. 예를 들어 ‘1974 Deutschland(독일)’, ‘2010 Spain(스페인)’ 식이다. 2014년 현재 총 10개 우승국의 이름이 밑 부분에 새겨져 있다. 현재 밑 부분에는 4개국의 이름을 더 새길 공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월드컵 트로피에 이름을 새길 기회가 이제 단 4번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2030년 월드컵부터는 새 트로피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2030년은 월드컵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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