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내각-靑 개편]
文총리후보 첫 회견 원론에 그쳐… 훈수 대신 국가개조 콘텐츠 필요
문창극 씨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깜짝 발탁된 10일. 청와대의 지명 발표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 문 후보자는 초빙교수로 근무하는 서울대 언론정보대학원의 2층 라운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비가 내리는 서울대 교정을 올라가면서 38년 언론인 경력을 가진 문 후보자가 내놓을 총리 후보자 지명 제1성(聲)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의 손에는 A4용지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간 그의 소감문은 “나는 능력도 부족하고, 지혜도 모자라고, 국정경험도 없는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로 시작됐다. 그러고는 “안전한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나라의 기본을 다시 만드는 일을 위해 여생을 바쳐볼까 한다”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로서 많은 말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야당이 ‘송곳 검증’을 벼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한껏 낮춰 겸손한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도 이해할 수 있다. ‘안전’ ‘행복’ ‘나라의 기본’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으니 각론은 차차 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상견례 격이었던 첫 기자회견은 그렇다 치더라도 향후 국민들 앞에 설 때는 엉켜 있는 국정난맥상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책임총리, 그런 것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툭 던지는 태도는 총리 후보자의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문 후보자의 국정경험 부재를 지적하며 ‘국가 대개조’ 구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명된 지 이틀밖에 안된 문 후보자에 대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일 문 후보자가 공식 기자회견 시작 직전 “우리 후배들, 고생한다”고 건넨 덕담마저 “국민보다 후배를 먼저 찾은 건 가벼운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문 후보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 후보자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성찰을 보여줘야 한다. 논평가의 세계에서 훈수하던 차원을 넘어 흔들리는 국정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줄 책임총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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