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과거 교회 강연 발언이 알려진 다음 날인 12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주변은 하루 종일 요동쳤다.
급기야 이날 오후 7시 25분경 총리실에서 ‘7시 반 긴급 발표’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문 후보자가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술렁임이 있었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아닌 이석우 총리실 공보실장이 나섰다.
이 실장은 “교회 발언 동영상에 대해 일부 언론이 악의적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무총리실 웹사이트 등에 후보자의 강연 전문과 동영상 등을 게재해 국민들이 직접 판단하도록 요청드릴 계획”이라는 말도 했다. 사퇴할 뜻이 없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집무실로 복귀하면서 문 후보자는 “전체 맥락이 그런 게 아니다”며 취재진에 대해 “사실 보도를 하라”고 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의 대응은 이날 조금씩 미묘하게 변했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이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냐”며 “어제 다 홍보실을 통해 말을 했고, 그 이상 할 얘기는 아껴두겠다”고 말했다. 이날 0시 반경 “한국사의 숱한 시련들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뜻이었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 총리실 공식 해명과 같은 맥락.
하지만 오전 11시 15분경 문 후보자는 다시 자료를 내고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발언이라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어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이었지만 한발 물러선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이날 저녁에 강경 대응 방침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문 후보자의 이날 대응은 발언 파문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당분간 사퇴는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의 강연 내용을 모두 살펴보면 발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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