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원 차량 관리… 도피동선 알수도… 휴대전화도 팔아 차명폰 제공 의심
‘두 엄마’는 수도권 신도 집에 숨은듯… 兪 50대 女비서 배임혐의 긴급체포
검찰과 경찰은 11, 12일 연이틀 동안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6000명을 투입하고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핵심 인물인 ‘김 엄마’와 ‘신 엄마’를 찾진 못했지만 금수원에서 박모 씨(43)를 체포한 것은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다.
금수원에서 차량과 농장 관리를 맡고 있는 박 씨는 유 전 회장의 도피 예상 경로 중 하나인 전남 해남으로 승합차를 몰고 가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인물이다. 특히 승합차의 소유자가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지명 수배된 이석환 금수원 상무(64)인 데다 박 씨가 금수원에서 해남으로 출발한 시점이 지난달 30일 오전 3시로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에서 제3의 장소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씨가 유 전 회장을 이 승합차에 태우고 해남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박 씨가 금수원 내 차량들을 관리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유 전 회장 도피 차량들을 직접 제공하고 동선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금수원 관계자 10여 명과 함께 승합차 한 대와 1t 포터 트럭 두 대에 나눠 타고 해남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소유의 우정영농조합으로 매실을 따러 갔다가 저녁에 올라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씨가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평소에도 박 씨는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개통해 준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박 씨가 유 전 회장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핵심 수배자 신 엄마와 김 엄마는 이미 금수원을 떠나 수도권 인근 신도들의 집에 거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구원파가 검찰의 금수원 진입 가능성을 몇 시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전날 차량 20여 대가 계속 빠져나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검경은 전남 순천 지역 구원파 신도 대표인 추모 씨(60·구속)의 부인 박모 씨 검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순천 일대에 머물고 있을 경우 박 씨의 도움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비서 김모 씨(55·여)를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문진미디어 사무실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했다. 김 씨는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가 운영하는 모래알디자인에서 이사로 일하며 유 전 회장 일가의 배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유 전 회장의 소재지를 알고 있는지도 추궁하고 있다.
안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