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로비 할당 대외비 문건 확보… 자금 유용 - 향응 제공 단서도 포착
해경 출신 김상철 본부장 출금… 이인수 前이사장은 사전영장
한국해운조합이 임직원들에게 특정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고 실적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내부 문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해양경찰청 고위간부 출신인 김상철 한국해운조합 안전본부장(61)을 출국금지하며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지검 해운비리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은 “소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납부하고 지부별로 결과를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긴 한국해운조합 대외비 시행문서를 확보했다. 문서에는 기부금 납입을 독려하는 지시와 함께, 특정 의원의 이름과 지역구가 상세히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지부나 부서에 할당된 명단에서 후원할 국회의원을 선택한 뒤 기부금을 냈으며, 경영진은 시행실적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합이 특정 의원을 정해 후원금을 내도록 유도한 것은 불법이라고 보고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또 조합 자금을 쪼개서 임직원 명의로 후원금을 전달한 것은 아닌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조합 고위 관계자가 소관 국회의원에게 향응을 제공한 단서도 일부 포착했다. 부산지검에 구속된 오공균 한국선급 전 회장(63)은 특정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2011년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된 적이 있다. 후원금을 통한 해운업계의 고질적 로비 행태가 또 한 번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또 해운조합 관계자로부터 “회사 자금을 유용하다가 시재금(보유 현금)이 바닥난 적이 있다. 이사장도 이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조합의 부실한 재무 관리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검찰은 김 본부장이 회사 자금 유용에 연루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조사하기로 했다. 해경 장비기술국장을 지낸 김 본부장은 2012년 1월 안전본부장으로 임명됐다.
한편 검찰은 한국해운조합 18대 이사장을 지낸 이인수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장(60)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0∼2013년 이사장 재직 당시 자금 2억 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자신과 관계가 있는 특정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를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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