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헌법학자다. 이중 게재 의혹을 받고 있는 논문은 정 후보자가 2006년 10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회지 ‘법과 사회’에 실은 ‘탄핵제도와 헌법디자인’이란 제목의 글이다. 정 후보자는 1년 9개월 전인 2005년 3월, 학회지 ‘서울대학교 법학’에 ‘탄핵재판에 있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여부결정권’이란 제목의 유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동아일보 인사검증팀이 논문 표절 검증 프로그램을 활용해 두 논문을 분석한 결과 내용의 40%가 일치하고, 한자를 한글로 바꾼 부분까지 포함하면 절반가량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논문 모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를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두 논문의 서론을 보면 여러 개 단락에서 접속사 등 일부 표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문장이 일치한다. 이어 탄핵제도가 국가별로 어떻게 시작됐는지 역사를 살피는 부분, 탄핵제도의 모델 5가지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탄핵제도의 특성을 분석하는 내용 등 20쪽 분량(전체 31쪽)이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 2006년 논문엔 해외 사례가 몇 가지 추가됐을 뿐이다.
정 후보자는 2006년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년에 낸 논문을 참고 또는 인용했다는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연구자 본인의 동일한 연구결과를 인용 표시 없이 동일 학계 학회지에 중복 게재하는 행위’를 부적절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논문 이중 게재는 2005년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파문을 계기로 교육부가 연구윤리 규정을 강화해 엄격히 금지된다. 서울대에서 연구윤리를 가르치는 A 교수는 “연구업적을 평가할 때 등재 논문 수가 주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자신이 쓴 유사 논문을 인용 없이 가져다 쓰면 업적을 부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안행부 김석진 대변인을 통해 “논문 관련 의혹은 청문회 때 소상히 밝히겠다”고 전했다.
정 후보자는 안행부가 국가추념일로 지정한 제주4·3사건에 대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역사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 헌법이야기’에서 4·3사건에 대해 “공산주의 세력의 무장봉기였고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인적 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고 썼다. 그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수장을 맡게 될 안행부는 4·3국가추념일의 주관 부처다.
정 후보자가 강단에서 엘리트주의에 매몰된 언행을 자주 보였다는 증언도 나온다. 서울대 법대 졸업생과 재학생 10여 명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강의 도중 “현행 민주주의에서 하는 1인 1표제는 문제가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100표를 줘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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