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부산 민심이 매섭긴 매서웠나 보다. 새누리당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부산에서 어렵게 승리한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62·새누리당)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이 걸어온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6대부터 무난하게
내리 4선(選)을 했던 순탄함이 정치적 약점이었다는 고백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 당선자의 득표율(50.65%)과 무소속
오거돈 후보 득표율(49.34%) 차이는 불과 1.31%포인트. 변화를 요구하는 부산의 민심을 체감하고도 남을 만한 초박빙의
승부였다. 오죽했으면 “난 부산의 주류가 아니었다”는 말까지 했을까.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할 때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 보였다. 임기를 시작하면 부산시 공무원 조직을 혁신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와의
공동 인터뷰는 10일 동아미디어센터 20층 접견실에서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장 사회로 진행됐다. 》
―선거운동을 하면서 위기감을 느꼈나.
“처음에는 선거에서 진다는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서 직접 뛰다 보니 이러다 진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내가 지는 건 둘째 문제고 박근혜 정권에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투표 2, 3일 전에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 오는 게 느껴졌다.”
―부산에서 구청장을 하고 국회의원 4선을 했는데도 본인이 부산 비주류라고 느낀 이유는….
“나는 부산 지역에서 나름 주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오 후보는 젊었을 때부터 부산에서 생활하고 형제들도 부산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부산 주류사회에서 볼 때 나보다 오 후보가 더 주류였다.”
―오 후보에게 어렵게 이겼는데….
“선거 결과가 박빙이라는 건 결국 내가 시장을 제대로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부산시민들의 충고와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고 본다. 동시에 다른 도시들이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정치인 시장이 침체된 부산을 발전시키라는 주문도 있다고 본다.”
―부산 시민들은 서 당선자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에 가장 관심이 있다.
“저는 출마 선언도 가덕도에서 했다. 임기 중에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시장 직을 걸겠다고 했다. 정치적 배려, 정무적 고려를 하지 않고 대한민국 백년대계를 고려해 입지 선정을 하면 반드시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신공항은 추진되고 있는 건가.
“박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성 등을 고려해 입지 선정을 하겠다고 했다. 이 공약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행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예산으로 20억 원이 책정돼 있고 곧 입지 선정 타당성 조사에 들어갈 거다.”
―당장 대구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부담이 될 거 같은데….
“(신공항 부지를 선정할 때) 정무적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토부의 입지 선정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해 경쟁하는 지자체들이 모두 승복한다고 선서를 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 때처럼 시민들이 동원되는 지역적 정치적 갈등이 조장될 수밖에 없다.”
―왜 부산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하나.
“가덕도 신공항 유치는 (지방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북한과 이야기가 잘되면 시베리아 철도가 가능한데 출발 지점이 부산이다. 부산에는 항구도 있다. 하늘로 유럽 쪽으로 가는 노선을 확보하면 부산에 항공, 해운, 철도 등 세 축의 교통망이 완성된다. 이것을 기반으로 부산과 경남 광역경제권이 형성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민소득도 오르고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도 가능하다.”
―후보 시절 공약 중 2030년 엑스포 유치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엑스포를 몇 번 유치했는데….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정식으로 등록된 엑스포를 유치한 적이 없다. 부산시민들은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있다. 부산 개항 150주년을 기념해서 정식으로 등록 인증된 엑스포를 유치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산이 발전할 수 있다. 부산의 컨벤션 산업을 확산시킬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광역단체가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는데….
“부산은 연간 과학기술 발전에 5300억 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이것을 1조 원 정도로 확대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 부산에 있는 좋은 교수와 연구 능력을 활용해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산학(産學) 네트워크도 구축하겠다. 이런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을 생산성 높은 중견기업으로 키우겠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大)개조를 이야기했다. 부산 시정 개혁을 위한 복안은….
“누적돼 왔던 공무원 사회의 매너리즘을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곧 외부에 용역을 줘 부산시 전체 조직 진단을 하고 필요한 조직은 만들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정리할 것이다. 인사 문제도 그렇다.”
―서 당선자를 찍지 않은 분도 50%가량 된다.
“선거 기간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승자나 패자 모두가 화합하고 단합해서 부산을 발전시킬 책무가 있다. 오 후보 공약 가운데 부산에 필요한 것은 적극 채택해서 협조관계를 만들겠다.”
―교육감은 진보 인사가 당선됐다. 보수 시장과 진보 교육감 간 호흡 문제는….
“우리 아이들 제대로 교육시키고 경쟁력 높이는 데 진보와 보수 차이가 무엇이 있겠나. 교육은 이념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서로 도울 건 돕고 협조 받을 건 협조 받고 같이 가겠다.”
―정치인이니 차기에 대한 생각도 있을 거 같다.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장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 지도자는 어려운 과정을 겪어가며 성장한다는 것을 배웠다. 시장 직을 잘 수행한다면 전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18일 오전 8시 채널A의 ‘새 도지사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 12년만에 부산 복귀… ‘화합’ 다걸기 ▼
진보교육감 당선자와 오찬 회동 “오거돈 후보와도 곧 만나겠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는 2000년 1월 실시된 해운대구청장 재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2002년 부산 해운대-기장갑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하며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친박 핵심’으로 통한다.
12년여 만에 중앙 정치 무대에서 부산으로 복귀했지만 상황이 쉽지많은 않아 보인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역대 야권 후보 가운데 부산지역에서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3조3000억 원의 예산을 다루는 부산시교육감 역시 진보 성향인 김석준 후보가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구·군 의회 선거에서 4년 전 28명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66명을 구의회에 진출시켰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서 당선자는 ‘화합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16일 서 당선자는 김 교육감 당선자와 부산에서 오찬회동을 하고 상호 일치하는 공약을 임기 내에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무상급식 역시 교육복지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서 당선자는 “오 후보와도 곧 만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후보 측은 앞서 서 당선자를 상대로 검찰에 제기한 고소 및 고발을 취하하지 않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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