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브라질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경기가 0-0으로 끝난 뒤 인터넷에는 이상한 내용이 돌고 있다.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29·사진)의 손가락이 6개라는 것이다. 오른손 손가락이 6개인 사진과 손가락 6개가 들어가는 골키퍼 장갑 사진도 등장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루머와 합성 사진이 도는 것은 워낙 눈부셨던 오초아의 ‘선방 쇼’를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가 열린 포르탈레자 카스텔랑 주경기장은 주최국 브라질을 응원하는 브라질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그렇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브라질이 자랑하는 신성 네이마르도, 공격수 오스카르도 아닌 오초아였다. 여러 차례 현란한 드리블과 멋진 슛을 선보인 네이마르는 오초아의 활약을 빛내 주기 위한 조연일 뿐이었다.
브라질은 이날 8개의 유효슈팅을 포함해 14차례의 슈팅을 퍼부었다. 4개 정도는 골로 연결되었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렇지만 오초아가 지킨 골문을 통과한 공은 한 개도 없었다.
전반 26분 하미리스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네이마르는 높게 솟구쳐 헤딩으로 오른쪽 골 포스트 안쪽으로 공을 틀었다. 이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려는 순간 어디에선가 나타난 오초아의 오른손이 이 공을 밖으로 쳐냈다. 오초아는 전반 44분에는 파울리뉴의 결정적인 슛을 감각적으로 막아냈다.
후반에도 오초아의 신들린 듯한 선방은 계속 이어졌다. 후반 24분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찬 네이마르의 강한 왼발 슈팅을 가슴으로 막아냈고, 후반 41분에는 치아구 시우바의 노마크 헤딩슛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걷어냈다. 오초아가 맨 오브 더 매치(MOM·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적장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 시간의 상당 부분을 오초아를 칭찬하는 데 할애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상대편 골키퍼가 미울 지경이다. 우리에게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골키퍼가 너무 잘 막아냈다. 오늘 경기는 단연 그가 주인공이다”라고 말했다.
고국 멕시코에서 ‘국민 영웅’이 된 오초아는 월드컵 삼수생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도 대표팀에는 승선했지만 벤치에 머물며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주전 자리를 꿰찬 오초아는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14일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안정적인 운영으로 1-0 승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날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세계적인 골키퍼로 우뚝 섰다.
올 초까지 프랑스 리그 아작시오의 주전 골키퍼로 뛰었던 오초아는 5월 팀과 결별한 뒤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 유럽의 빅 리그 팀들로부터 적지 않은 러브 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초아는 “내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 월드컵에서, 그것도 수많은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게 믿어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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