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측 “부부 협력 재산… 나눠야”
아내측 “배우자 기여도 인정못해”
대법원 이례적 공개변론
“혼인 기간 수입은 생활비나 교육비로 대부분 사용되고, 노후 대비 재산에서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산분할 대상을 확장해야 합니다.”(남편 측 소송 대리인)
“별거 기간 홀로 자녀를 키우며 노후를 준비해 온 아내가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원인이 있는 남편과 장래 퇴직금을 나눠야 한다면 부당합니다.”(아내 측 소송 대리인)
이혼할 때 배우자가 장래에 수령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까. 이 문제를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가 19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퇴직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국민적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 판례(1995년)는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봤다.
교사인 아내(44)는 14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2010년 연구원 남편(44)에게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항소심에서 “부부가 장래에 받을 퇴직금과 퇴직수당 등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받게 될 퇴직금과 수당은 약 1억1094만 원, 남편은 3960만 원으로 추정된다. 재판부가 판례를 들어 남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자 남편이 상고했다.
변론에서 남편 측 양정숙 변호사(법무법인 서울중앙)는 “배우자의 협력이 없었다면 직장에서 장기 근속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장래 퇴직금이 확실한 현존가치를 가진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현소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퇴직금은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므로 평등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분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 측 임채웅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어디에도 퇴직금에 대한 분할 규정이 없다. 재산분할을 인정하면 당사자의 노후 대책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참고인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근로 역량은 혼인 전 이미 결정돼 있다. 임금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퇴직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받지도 않은 장래 퇴직금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현 교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이 끝난 시점에서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바탕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이혼 당시 이미 적립된 퇴직금에 한정해야 하는데 그것도 지금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할인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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