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노조로서의 합법적 지위를 상실했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해직 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法外) 노조’라고 통보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이 통보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외 노조’는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어제 서울행정법원은 “(해직자 가입으로 인해) 교원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훼손되면 학교 교육이 파행을 겪고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며 전교조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전교조는 2010년 이후 고용노동부로부터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교원노조법에는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을 경우 ‘노조가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1심에서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판단한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처럼 전교조가 정부의 합법적인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평소 법을 우습게 알고 무시하는 행태와 관련이 깊다. 전교조의 일부 교사는 2009년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2010년에는 정당 행위가 금지된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 교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정치 활동을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전교조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에 파견됐던 전임자 78명은 일선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 아울러 단체교섭권을 상실하고 정부가 무상 지원했던 전교조의 시도 지부 사무실도 문을 닫아야 한다. 소속 교사들이 내는 조합비에 대한 원천공제가 불가능해져 조합 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전교조가 더 강경해진 노선으로 교단 안팎에 회오리바람을 불러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일부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전임자 복귀를 제외하고는 현행대로 전교조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교육부와의 충돌을 예고했다. 전교조는 이번 판결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노동 탄압 사례라며 반발하고 있다. 판결이 입맛에 맞으면 사법부를 치켜세우고, 그렇지 않으면 정치 탄압이라고 몰아세우는 이중적 잣대다.
전교조가 항소를 하더라도 상급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1심 판결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전교조를 위해 법원에 탄원서까지 냈던 친전교조 교육감들도 법외 노조를 지원하는 활동은 법에 위반됨을 알아야 한다. 전교조가 또다시 강경한 정치 투쟁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