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된 여아가 손용규 GF소아청소년과 원장(오른쪽)으로부터 노바티스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인 ‘멘비오’를 접종받고 있다. 프레인 제공
더위가 이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영유아들 사이에서 감염성 질환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영유아들의 대표적인 감염성 질환인 수족구병 환자가 지난달 마지막 주에 인구 1000명당 21.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8명보다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수족구병과 함께 증가하는 여름철 영유아 감염성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뇌수막염이다. 지난해 뇌수막염 환자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했고, 전년도 같은 기간에 보고된 뇌수막염 환자 수보다 2배 더 많았다. 전체 누적 환자 역시 보통 때에 비해 70∼80% 증가했다. 올해도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온 만큼 뇌수막염 예방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여름철 불청객 바이러스 뇌수막염
여름철에 특히 유행하는 뇌수막염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전체 뇌수막염의 80%를 차지한다. ‘콕사키바이러스’나 ‘에코바이러스’ 등과 같은 장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이다.
뇌수막염에 걸리면 발열과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감기로 오인하기 쉽지만 두통의 정도가 감기에 비해 심한 게 특징이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고,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아직까지 특별한 예방법도 없기 때문에 외출 후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뇌수막염이 모두 이렇게 가볍게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손용규 GF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주위에서 흔히 보는 뇌수막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의한 뇌수막염이기 때문에 뇌수막염을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기 쉽다”며 “하지만 세균성 뇌수막염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열제를 먹어도 38도 이상의 열이 지속되고, 극심한 두통과 함께 발진, 경부강직(목이 뻣뻣해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세균성 뇌수막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균성 뇌수막염의 초기 증상은 고열, 두통 등이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경부강직, 발진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난 뒤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신경계통에 후유증이 남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사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선진국 어린이 및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질환의 증상, 위험성과 예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세균성 뇌수막염의 일종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인한 출혈성 발진을 단순 열꽃으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예방백신은 세균별로 각각 다른데, 영유아기에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면 모든 종류의 뇌수막염이 예방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주의해야
예방접종만 잘해도 세균성 뇌수막염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 존재하는 뇌수막염 예방접종은 Hib 백신, 폐렴구균 백신, 수막구균 백신이 있다.
Hib 백신은 과거 영유아 뇌수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8년 Hib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포함하도록 권장했고, 2006년까지 108개 국가가 이를 시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Hib를 필수예방접종으로 포함하고 있다.
Hib 백신이 도입된 뒤 Hib에 의한 뇌수막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Hib 백신을 기본 예방접종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지역에선 폐렴구균이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뇌수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지난달부터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편입해 무료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 중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질환의 진행속도가 가장 빠르고 사지 절단, 뇌손상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이런 까닭에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필수예방접종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관련 백신이 2012년에 도입됐지만 아직 국가필수예방접종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직접 챙겨줄 필요가 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1세 무렵의 영유아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 0세에게, 올해 2월 1세에게 발병했다. 영유아기에 예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발병하면 회복하더라도 성장 불균형, 학습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수막구균 예방백신이 만 2세 이상에서 접종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생후 2개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이때부터 가장 발병률이 높은 1세 미만의 영아에게서도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이 가능해졌다.
손 원장은 “세균성 뇌수막염은 영유아에게 특히 위험한 만큼, 폐렴구균 백신이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것과 수막구균 백신 접종연령이 확대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방접종이 필수와 선택으로 구분되는 것은 정책적인 부분이지 질환의 경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발병률이 낮은 질환이라 하더라도 내 아이에게 발병하면 (개인의 발병률은) 100%가 될 수 있는 만큼 엄마들이 백신 정책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아이의 예방접종을 챙겨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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