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가 사는 고향집을 방문한 직장인 김수영(가명·45) 씨. 아버지가 자는 중에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서 깼다. 침실로 가보니 허공을 향해서 손짓을 하면서 무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군가와 싸우는 듯했다.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던 아버지는 꿈속에서 강도를 만났고 지갑을 뺏기지 않으려고 다퉜던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집안일로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아버지가 수년 전부터 잠꼬대를 했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잠꼬대를 하면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일이 흔하다고 했다. 바로 옆에서 자다가 아버지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고 난 뒤엔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잔다고 했다.
자는 중에 심하게 잠꼬대를 하는 부모가 많다. 그런데 단순한 잠꼬대가 아니고 손발을 움직이는 행동증상이 동반될 경우엔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잠을 자는 동안 특히 꿈을 꾸는 렘수면 동안에는 우리 신체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꿈속에서 경험하는 내용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뇌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수면 중 신경과 근육의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서 몸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누군가와 싸우는 꿈을 꾸다가 주먹을 휘둘러 옆에서 자는 아내의 코뼈를 부러뜨린 할아버지도 있고, 누군가 쫓아오는 것을 피하는 꿈을 꾸는 중에 침대에서 일어나 걷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진 할머니도 있다. 이렇듯 렘수면행동장애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 뇌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구나 파킨슨병, 특정한 유형의 치매로 발전할 위험도 높다.
잠꼬대가 심하고 격한 행동이 동반되면 수면클리닉 진료를 통해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을 자는 동안 수면상태를 기록하는 수면다원검사가 진단의 핵심이다. 꿈을 꾸는 렘수면 중에 신체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다른 수면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 렘수면행동장애가 더 심해지므로 이들 질환을 찾아서 함께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진단 뒤 약물로 치료한다. 한편, 침실에 깨지기 쉬운 물건, 뾰족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물건은 치워야 한다. 침대보다는 바닥에서 자는 것이 더 안전하다. 일어나서 움직일 때 넘어지지 않도록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좋다. 신체적 통증이 있는 경우 빨리 조절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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