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정치인? 통합형 前정부 인사? 숨은보석 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문창극 총리후보자 사퇴]여권, 새총리 후보자 인선 고민

“박근혜 대통령의 유일한 관심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직후 이같이 말했다. 새 총리 인선에 속도를 내서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진 인적 쇄신 논란을 하루빨리 매듭짓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마저 중도 하차하면서 국정 공백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7·30 재·보궐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도 녹록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새 총리 후보자를 선보여야 한다.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공감 여부가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구인난 속 새 인물 물색 나서

청와대가 앞선 두 총리 후보자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이미 검증한 총리 후보군만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인사는 내부 검증에서 상당한 결격 사유가 드러났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유력하게 검토한 한 인사는 부인 명의로 엄청나게 많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마평에 오른 웬만한 인물들에 대해 초기 검증을 해봤지만 도무지 적임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원점에서 다시 후보군을 물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 후보자 발탁 당시 청와대는 현역 정치인과 법조인, 관료 출신을 최대한 배제하는 분위기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 척결이 사회적 공감을 얻은 데다 안 전 대법관의 전관예우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은 것으로 판단한 문 전 후보자마저 역사인식 논란이라는 새로운 벽에 부딪힌 만큼 인물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하소연이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 사퇴 직후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 소명의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로 상당수 인사들이 총리 후보직을 고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 정치인 총리론은 ‘양날의 칼’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 총리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정치인은 공직을 거치면서 ‘국민의 검증’을 통과한 경험이 있다. 초기부터 총리 카드로 자주 거론된 이인제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야권 출신인 조순형 전 의원 등이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야권 일부에서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총리 후보로 꼽고 있지만 입법부 수장이 총리로 옮겨오는 데 대한 반감이 만만찮다.

정치인 총리론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정치인 출신의 최대 강점은 정무 감각이다. 박 대통령의 ‘뜻’을 수행하는 데 뛰어나다. 반면에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정치적 미래’를 위해 박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충돌한 이회창 전 총리가 그런 경우다. 김문수 총리 카드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인 총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운 법조인 기용설도 거론된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나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등이 다시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또 법조인이냐”는 비판 여론을 어떻게 넘을지가 숙제다. 이전 정부에서 중용된 인사들도 다시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국민통합 메시지를 주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등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 야당과의 물밑협상 여부 주목

새 총리의 콘셉트과 함께 인선 절차도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인선 보안만 강조하다 보니 인사청문회의 열쇠를 쥔 정치권의 여론 수렴을 등한시해왔다. 특히 야당과의 소통 여부는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24일 “박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새로 지명할 총리 장관 후보는 정치권과 협의해서 지명하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국정을 같이 끌고 나가는 야당에 귀띔 정도는 해 주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김태호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야당 지도부와 접촉하면서 호남 출신인 ‘김황식 총리 카드’를 찾아냈다. 여권도 인선난을 겪고 있고, 야당도 ‘2번 연속 낙마’ 이후 또다시 강공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여야의 소통 채널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청와대#국정#새총리 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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