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후보 14일만에 자진사퇴 “지금 물러나는게 대통령 돕는것”
朴정부 국정공백 장기화 불가피… 장관후보 8명 청문요청서 제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끝내 사퇴했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10일 이후 친일사관 논란 속에 사퇴냐, 정면 돌파냐를 두고 빚어진 ‘15일간의 혼돈’은 마무리됐다. 박근혜 정부는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냈지만 잇따른 ‘인사 참극’으로 더 큰 내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마저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퇴진 요구가 거세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를 이 자리에 불러준 이도 그분이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이도 그분이다”며 “저는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들어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총리 후보자 3명이 낙마하는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 특히 이들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지도 못한 채 ‘여론 재판’에 밀려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안 전 대법관과 문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청문회 전 연속 사퇴’라는 헌정 사상 첫 기록도 남겼다. 청와대는 새 총리 인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기자 출신 첫 총리 후보자였던 문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KBS 보도로 촉발된 친일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한다면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니다”며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며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 전 대통령은 괜찮은 것이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청문회 절차를 밟는)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했다”며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박 대통령은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문 후보자 사퇴 직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 부총리·장관 후보자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냈다. 국회는 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도록 돼 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청문회가 집중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동안 국정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총리를 지명해 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하려면 아무리 속도를 내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 박 대통령은 ‘관(官)피아’ 척결 등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의 추진을 총리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리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로 박 대통령이 공언한 국가 대개조 작업의 동력도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집권 2년 차 국정 성과를 낼 ‘골든타임’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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