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윤종]민주시민 교육이 재난 트라우마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국가적 재난이 준 국민적 트라우마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는 기본을 무시했던 과속 주자의 벌금이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가를 우리들에게 뼈저리게 알려주었다.

오늘날의 선진국들이 그 반열에 오르기까지 수세기의 시간을 필요로 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체득한 까닭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물질 중심의 목적 합리적 성장을 배제했다. 그 대신 시간은 걸리더라도 발전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가치 합리적 발전 전략을 택했다. 국가 기본의 바탕이 되는 사회 질서와 안전망을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법치와 교육, 경제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 맺힌 빈곤 극복이 최우선적 해결 과제였기에 국가발전 계획 단계에서부터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복지 문제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경제 성장만이 민족의 살길이라고 생각하여 성장 제일주의의 외길을 고집스럽게 걸어왔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안일했던 인식을 바로잡고 기본에 충실한 발전의 틀을 다시 짜야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뼈아픈 경고음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라도 지금까지의 저비용 고효율의 발전 과정에서 소홀했던 복지와 법치의 문제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아야 할 책무를 지닌다.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법치와 복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고 하겠다. 국가의 기본 질서는 국민 각자가 법과 원칙을 지킬 때 형성되고, 복지의 바탕은 사회적 약자와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임으로 양자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인간의 도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배려의 정신을 내면화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높여가는 일은 교육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이다.

그래도 암흑 속에서 발견한 한 줄기 빛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음으로 양으로 내민 도움의 손길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밥 차 봉사를 하는 새마을지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을 때 체육관 주위에는 자원봉사 단체들의 천막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각 지역에서 달려온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국가적 큰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로 단결하는 우리 국민의 열정은 이 엄청난 불행 앞에 작지만은 않은 위안을 안겨 주었다.

그렇기에 이토록 정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더불어 사는 민주주의의 공동체 교육만 잘 제공한다면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는 시나브로 치유될 것이고, ‘기본이 서 있는 나라’로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에 응답하게 될 것이다.

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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