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 GOP 총기난사 수사
軍소식통 “동료에 강한 불만 표출”… 국방부는 “유족들 원치않아 비공개”
부대원 “임병장 인정 못받아” 진술… 두달전 소초장 해임 연관성도 수사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모 병장(22)이 자살 시도 직전 작성한 유서 형식의 메모에 동료와의 불화를 암시한 글을 남긴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임 병장이 A4용지에 3분의 1가량 쓴 메모에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나 같은 상황이었으면 누구라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개구리에 비유하면서 동료와 부대생활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 임 병장이 집단따돌림이나 계급 열외 등에 불만을 품고 극단적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임 병장의 메모는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밝혀줄 주요 단서지만 국방부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앞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임 병장이 쓴 메모는 가족과 유족에 대한 사과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이 주요 내용”이라며 “범행 동기 관련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도 취재진의 메모 공개 요청에 대해 김 대변인은 “수사 중인 사안이고, 유족들이 원하지 않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모가 공개되면 죽은 병사들이 가해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건이 발생한 GOP의 병영 부조리와 부대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군의 비밀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임 병장이 범행을 저지른 GOP의 원래 소초장(소위)이 사건 발생 두 달 전 보직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감시장비 분실과 소초 시설물 훼손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사건 당시엔 다른 부대의 부중대장(중위)이 소초장 직무대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초장의 해임 등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군 수사당국은 임 병장이 사전에 범죄를 계획하고, 동료들을 향해 조준사격을 가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병장은 범행 직전 초소에 두고 온 장비를 갖고 오겠다면서 동료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뒤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했다는 것이다. 또한 임 병장 소속 부대의 장병들은 “임 병장이 자주 열외됐다. 선·후임병에게 인정을 못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강릉아산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 중인 임 병장을 조만간 국군강릉병원으로 이송해 추가 치료를 거쳐 범행 동기,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 밖에 군이 임 병장의 추격 및 검거 작전에 투입한 병력 가운데 A급 관심병사(특별관리대상) 30여 명에게 실탄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24일 강릉아산병원을 찾은 가족 앞에서 임 병장은 마치 체념한 듯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침대에 누워있는 임 병장을 보며 가족들은 오열했지만 임 병장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가족들을 응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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