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4개월 만에 ‘문화의 날’ 나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인 25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간송문화전을 찾아 국보 제294호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느끼도록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문화의 날 문화행보를 한 것은 4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1월과 2월에는 국산 애니메이션과 창작 뮤지컬을 관람했지만 이후엔 순방과 세월호 여파로 중단했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후폭풍이 만만찮다. 야권은 공개적으로 ‘비선(秘線)라인’이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떠돌던 얘기들이 물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인사 보안에 집착해온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총리 후보자의 연속 낙마라는 인사 참극을 빚으면서 급기야 ‘비선라인’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근거 없는 소설 중에 소설”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후폭풍 차단을 위해 국회와의 소통에 본격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50분간 국회 현안을 논의한 것이다. 문 전 후보자 낙마 이후 야권의 파상공세가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게로 옮겨가자 우선적으로 여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도 만날지 주목된다. ○ 공론화된 ‘비선라인’ 논란
원내대표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25일 한 라디오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관련해 “비선라인이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국민과 정치권 등에서 갖고 있지 않느냐”며 “문 전 후보자 추천도 청와대 비선라인인 ‘만만회’에서 했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방송에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만만회는) 이미 정치권에서는 알려져 있다”며 “한 언론에도 나온 것 같은데, 만만회는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 박 대통령의 옛 보좌관인 정윤회 씨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여론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비선라인과 소통할 수는 있다”면서도 “(만만회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아들인 김현철 씨가 국정을 농간한 것과 똑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상당히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대 대통령 모두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몇몇 사람과 의논하는 경향이 있었다.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 “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 참여시켜야”
청와대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비선라인의 인사 개입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전 후보자의 낙마 등 최근 인사 실패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변수’로 일어났다”며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었고, 다 잘해보려다 일어난 일인데 비선라인 운운은 소설 중에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야권의 비선 라인 공세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문 전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논란이 된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보수 진영의 결집 움직임이 감지되자 이를 무산시키려는 계산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문 전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보수와 진보 대결이 전면화할 경우 야권으로서도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권에서도 이번 기회에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은 어떤 식으로든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당권 주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모두 “외부인사를 인사위원회에 참여시키는 시스템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7·14전당대회를 앞두고 인사시스템 개편은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 국회와 본격 소통 나선 박 대통령
청와대는 문 전 후보자 낙마 후폭풍이 박 대통령을 향하면서 난감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 전 후보자를 사퇴시킴으로써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인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던 구상마저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야당이 낙마 타깃을 다른 장관 후보자들로 옮기고 있는 데다 ‘문창극 사태’에서 여권의 무기력함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여당이 제대로 보호막을 쳐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문 전 후보자 낙마 이후 보수층의 이탈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당 다독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심은 박 대통령이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를 직접 만날 것이냐는 데 쏠려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와 만나 국회 운영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일은 앞으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 총리 인선을 앞두고 야당과의 소통 채널을 복원하기 위한 청와대와 야당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 총리 인선은 가급적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변인은 “여론 검증과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분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과제와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있다”며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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