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물러설 곳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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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27일 새벽 벨기에와 결전

24년 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월드컵에 처음 참가한 동갑내기 두 남자가 있었다. 수비수였던 한 명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내리 3경기를 연속해 풀타임을 뛰면서 월드컵 데뷔 무대부터 수비 라인의 기둥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한 명은 팀이 16강까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속칭 ‘주전자’ 신세였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둘의 소속 팀은 첫 경기부터 맞붙었다. 주전 수비수의 팀(한국)은 벤치 멤버의 팀(벨기에)에 0-2로 패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나란히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던 둘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 차례 더 만나 당시 풀타임 맞대결을 벌였지만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둘 다 팀의 막내로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았던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5)과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45)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감독으로 마주쳤다.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감독 중 각각 4번째와 5번째로 나이가 적은 빌모츠 감독과 홍 감독은 둘 모두 사령탑으로서는 이번 월드컵이 데뷔 무대다. 1969년생인 둘은 2월 12일생인 홍 감독이 빌모츠 감독(2월 22일생)보다 생일이 10일 빠르다.

두 감독이 마주한 지금의 상황은 24년 전 선수로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았을 때와는 다르다.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줄곧 후보였던 빌모츠 감독이 지휘하는 벨기에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승점 6을 챙겨 H조 4개 나라 중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빌모츠 감독은 27일 오전 5시(한국 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 주전 상당수를 빼고 나서겠다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물러설 곳이 없다. 벨기에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것도 최소 2점 차 이상으로 꺾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알제리-러시아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자력으로는 16강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빌모츠 감독이 벤치 멤버 출전을 언급하면서 여유를 보이는 동안 홍 감독은 최상의 선발 라인업 구성을 고민하느라 잠까지 설쳤다. 홍 감독은 2-4로 완패한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 다음 날인 24일 벨기에전에 내보낼 선발 11명을 놓고 밤늦게까지 코치들과 머리를 맞댔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11명을 그대로 알제리전 선발로 투입했었다. 홍 감독이 선수 시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벨기에를 상대로 브라질 월드컵 첫 승을 따내면서 기적 같은 16강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까.

상파울루=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벨기에전#빌모츠#홍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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