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6일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 신설을 핵심으로 한 인사시스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속 낙마가 초래한 ‘인사 무능 정권’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란 얘기다.
○ 인사수석실에 힘 실어야
전문가들은 인사수석실 신설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공식 인사 창구인 인사수석실을 설치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떻게 운영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수석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인사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게 인사수석실에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고위 공직 후보군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인사수석실이 관장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면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다방면의 인사 추천을 활성화하는 이른바 ‘개방형 인사추천제’를 제도화해 인사수석실로 하여금 폭넓은 인재 풀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인선 과정에 청와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들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내부 시각에 매몰되면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는 만큼 외부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대통령비서실장 이외의 다른 사람이 맡도록 해야 한다”며 “또 인사수석실도 공무원을 비롯해 외부 인사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설령 공무원들로 100% 충원하더라도 직급과 경력을 다양화해 ‘검증의 눈’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전 검증 강화해야
청와대는 총리 등 후보자 인선을 하기 전에 검증동의요청서를 당사자에게 보낸다. 검증 항목만 재산 명세 등 200여 개가 된다. 이를 통해 후보자들에 대한 기초적인 검증이 이뤄진다. 이번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도 이 같은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기초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엘리트 법조인과 언론인 출신이라면 전관예우, 과거 글과 발언에 대한 검증도 꼼꼼히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 특히 전관예우의 경우 ‘국민의 눈높이’라는 새로운 검증 기준을 도외시한 결과다. 지난 정부에서 공직검증팀에 속했던 한 인사는 “검증팀이 대부분 법조인들로 구성되다 보니 법적인 하자만 없으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관행을 따져 보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증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사전 검증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후보자의 이력에 맞춰 검증 전략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으레 정책 검증이 아닌 도덕성 검증의 장(場)이 되는 것은 사전 검증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의 인식 변화도 중요
전문가들은 인사수석실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최종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수첩인사’로 불릴 만큼 폐쇄적이다”라고 비판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새로운 인사기구를 만들어도 대통령이 이를 이용하지 않고 여전히 홀로 인사를 한다면 전혀 소용이 없다”며 “인사수석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인력을 많이 배치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탕평 인사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국민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푸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국민이 생각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 게 문제”라며 “탕평책을 통해 인재 풀을 넓힌 후 설령 반대 진영의 사람이라도 과감히 쓸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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