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수용됐던 정홍원총리 60일만에 헌정사상 첫 유임
새 후보 잇단 낙마에 ‘인선 포기’… 靑 인사수석실 부활
야당 “세월호 책임 아무도 안지겠다는건가” 거센 반발
돌고 돌아 정홍원 국무총리였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일 만인 4월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수습 이후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혀 ‘시한부 총리’로 남았다. 그런 정 총리가 사의 표명 60일 만에 유임된 것이다. 사의가 수용된 총리가 유임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도로 원위치’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두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2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로 인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 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후 정 총리를 직접 만나 계속 일해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국회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언론 등의 검증에 밀려 잇따라 낙마하자 정 총리 유임이란 고육책을 선택했다.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국정 공백보다는 안정을 택한 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적임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도 정 총리 유임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던 총리가 국가 대(大)개조를 위한 개혁을 지휘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즉각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해 놓고 반려한다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퇴진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논란이 된 인사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인재 발굴과 검증 관리를 담당할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수석실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이명박 정부 때 없어진 뒤 6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인사수석이 임명되면 청와대는 3실장 10수석 체제로 확대 개편된다.
정 총리는 “저는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가 있어 새로운 각오하에 임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경우 대통령께 진언하면서 국가적 과제를 완수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경기 안산의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 총리의 유임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당권 주자인 김영우 의원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둘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실이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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