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동호대교에서 발생한 ‘죽음의 속도경쟁’ 사고. 벤츠 승용차가 시속 120∼130km(규정 속도 60km)로 옆 차선에 있던 K5 승용차를 들이받았고, K5 승용차는 그 충격으로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해 결국 2명이 숨졌다. 운전자의 중과실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벤츠 운전자가 금고 1년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 교통사고 과실 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강화된다.
○ 검찰 “합의-공탁 여부 상관없이 구속 수사”
서울중앙지검은 7월 1일부터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등 중과실로 사망 사고가 나면 구속영장 청구를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교통사고 범죄는 대부분 고의범보다 과실범이 많았다. 그러나 과실범에 대한 온정적인 처벌이 되풀이되면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와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1가지 단서 조항을 위반한 중과실범이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가 숨졌을 경우 합의나 공탁 여부와 상관없이 구속 수사키로 했다. 음주 및 무면허 운전을 비롯해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 20km 초과 과속 △앞지르기·끼어들기 금지 위반 △철길 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횡단보도 사고 △인도 침범 △승객 추락 방지 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내 시속 30km 초과 운전이 대상이다.
구형량도 기존 처벌 관행보다 1년 이상 높인다. 사망자가 2명 이상인 경우도 구형량을 높인다. 명백한 음주운전이 예상되는데도 술을 판 사람이나 차량에 동승한 사람 역시 형법상 방조범 조항을 적용해 처벌한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관할 지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우선 적용한 뒤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검찰부터 법원까지…솜방망이 처벌 반복”
검찰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선고된 교통사고 사망 사건 82건(뺑소니 사건 3건 제외)을 분석한 결과 수사와 재판 과정 전반에 온정적 처벌 관행이 뿌리 깊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고의가 아니었다’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낮은 형이 선고됐다.
사망 사건 82건 중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긴 건 55건에 그쳤다. 그마저도 실형은 4건뿐이었고 집행유예 50건, 벌금 1건이었다. 교통사고 사망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건 4명에 그쳤다. 음주운전으로 횡단보도를 그대로 지나쳐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친 사건을 저지른 피의자도 불구속 기소됐다.
교통사고 관련 구속영장 기각률도 일반 사건보다 높았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교통사고 사건에 대해 청구한 10건의 구속영장 가운데 4건이 기각됐다. 기각률이 40%로 서울중앙지검 전체 구속영장 기각률(18.8%)의 2배 이상이었다.
국내 교통사고 사범 처벌 수위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2008년 2월 음주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사건을 일으킨 운전자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차량 동승자 2명에게는 방조죄로 징역 2년을, 술을 판 음식점 경영자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도 음주운전으로 1명을 숨지게 한 피의자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반칙운전’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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