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자위대 발족 60주년인 1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함으로써 자국 영토 밖의 동맹국이 벌이는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유엔 차원의 집단안전보장에도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자위대의 활동 폭을 넓히겠다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전수방위(專守防衛·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를 원칙으로 해온 일본 안전보장정책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우선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고 이어 세계 각국의 분쟁에도 개입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 한반도 유사시 개입 우려 커
아베 내각은 이날 각의 결정문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신(新) 3요건을 제시했다. 이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국에 대해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협이 있는 경우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 행사다.
3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애매한 표현이 많아 자의적인 확대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일본 언론은 비판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헌법상 남북한 모두를 영토로 규정한 한국의 동의 없이도 자위대를 북한에 파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 4월 한국 정부에 “한국의 사전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과거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다 한반도에 북한도 포함되는지를 일본이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아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 일본이 한반도 인근 공해에 자위대를 파견할 때도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되지만 한국 정부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 자위대 출동 요건 명확하지 않아
아베 총리는 1일 각의 결정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이라크전이나 걸프전에 참가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5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아베 총리가 안 한다고 말하지만 몇 년 지나면 변할 수 있다”며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아베 내각은 지난달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협의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이 아니면 대응이 불가능한 8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이 중 ‘피란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군 함정 방호’ 등 6개가 한반도 유사시 미군 함정 지원을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각의 결정에서 개별 사례는 포괄적 규정으로 바뀌었다. 보다 광범위한 사례에 자위대가 출동하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각의 결정문은 또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자위대가 일본인 구출 임무 수행 등을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법을 정비하라고 명기했다. 자위대의 활동 범위와 무기 사용 재량이 확대되는 것이다.
○ 일본 군사력 강화에 날개 달 듯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올봄 평가한 일본의 군사력은 한국(9위)보다 한 계단 낮은 세계 10위다. 지난해 군사비 지출은 491억 달러(약 49조6000억 원)로 세계 6위, 자위대 정규 병력 수는 24만8000명으로 세계 22위다. 세계 3위인 일본의 경제력에 비해 수치상 군사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전력의 ‘질’ 측면에선 세계 수위급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해상 전력이 강하다. 지난해 말 현재 해상자위대는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즈모’를 포함해 호위함 48척, 잠수함 16척 등 총 141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이들 전력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면 동북아 군비 경쟁은 한층 가열될 수밖에 없다.
:: 집단적 자위권 ::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보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
:: 집단안전보장::
동맹국들이 제3국을 침략한 국가를 집단으로 제재하는 조치. 1991년 걸프전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이라크 공격이 대표적 사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