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서 우리는 영원한 짝”

안방극장 재결합 커플 ‘기대궁합’은

‘천국의 계단’ 이후 11년 만에 재회하는 SBS ‘유혹’의 권상우와 최지우, 7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추는 KBS2 ‘조선총잡이’의 남상미와 이준기, 12년 만에 다시 로맨틱 코미디의 커플이 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장나라와 장혁.(위 사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SBS KBS MBC 제공

요즘 안방극장에는 ‘재회’가 유행이다.

높은 시청률을 견인했던 극 중 연인들이 새 드라마에서 다시 짝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5일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의 이준기와 남상미는 MBC ‘개와 늑대의 시간’(2007년)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2일 첫 방송이 나가는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장혁과 장나라는 SBS ‘명랑소녀 성공기’(2002년) 이후 12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로코)에서 재결합했다. 14일 시작하는 SBS 월화드라마 ‘유혹’도 최지우 권상우가 SBS ‘천국의 계단’(2003년) 이후 11년 만에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의 이동욱 이다해는 SBS ‘마이걸’(2005년) 이후 9년 만에 재회했으며 다음 달 방영 예정인 KBS ‘연애의 발견’(가제)의 정유미 에릭도 MBC ‘케세라세라’(2007년) 이후 다시 만난다.

재회 커플의 ‘기대궁합’은 어떨까. 드라마 PD와 제작자, 대중문화평론가를 포함한 전문가 10명에게 의뢰해 최신작인 ‘조선총잡이’ ‘운명처럼 널 사랑해’ ‘유혹’ 속 세 커플의 연기궁합을 미리 점쳐봤다. 배우 세 쌍의 연기호흡, 새로 맡게 된 캐릭터의 신선도, 대중적 호감도 등 3개 부문의 점수를 별점(5개 만점)으로 매기고, 이와 별개로 가장 기대되는 커플을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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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부문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은 커플은 ‘조선총잡이’의 이준기 남상미였다. 전문가들은 퓨전 사극인 ‘조선총잡이’가 현대극이었던 전작과 구별되고 캐릭터도 새롭다는 점을 높이 샀다. “둘은 ‘투윅스’나 ‘결혼의 여신’ 같은 최근 화제작에도 출연했던 배우라 연기호흡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미혼 배우끼리 만나 더 실감나는 ‘케미’(궁합을 뜻하는 영어단어 chemistry의 줄임말)가 발생할 것”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대중적 호감도에서는 ‘선배’ 커플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둘을 ‘가장 기대되는 커플’로 꼽은 이는 10명 중 3명이었다.

가장 기대되는 커플 1위는 5표를 얻은 ‘유혹’의 권상우 최지우 커플이다. 둘은 항목별 평가 점수는 가장 낮았지만 “한류스타의 재회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남다르다”는 호평을 받았다. 일부 응답자는 “혀 짧은 소리도 둘이 만나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눈물 콧물 빼는 연기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평했다. 또 전작인 ‘천국의 계단’이 재벌 아들과 몰락한 집안의 여성의 사랑인 데 비해 ‘유혹’에서는 최지우가 능력 있는 재벌가 후계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권력구도가 역전돼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장혁과 장나라 커플에 대한 기대치는 세 쌍 중 가장 낮았다. “최근 로코물이 워낙 없기 때문에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비슷한 캐릭터를 내세운 로코가 또 먹힐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엇갈렸다.

드라마 제작진이 기존의 인기 커플을 다시 기용하는 이유는 △출연자끼리의 궁합, 이른바 ‘케미’가 검증된 커플을 쓰는 것이 안정적이고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으며 △화제몰이가 쉽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기 한류 드라마 배우가 함께 나오는 작품은 해외 판매가 쉽고 투자를 받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재회 커플이 기존 이미지를 반복할 경우 새 드라마의 장점이 부각되기보다 과거 작품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