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결정 꼼수로 집단자위권 행사, 법치국가 日의 수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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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권위자 니시카와 교수
“변칙적 해석개헌 아주 나쁜 선례… 현 상황 2차대전 직전과 비슷”

“국가 안전보장 정책의 대전환을 현 정권이 아무 구속 없이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정해 버렸다. 강한 분노를 느낀다. 입헌주의를 따르는 법치국가로서 수치스러운 행위다.”

니시카와 신이치(西川伸一·사진) 메이지(明治)대 교수(정치경제학부)는 2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을 강행 처리한 것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내각법제국’이라는 책을 쓰며 집단적 자위권을 오래 연구한 권위자다.

―집단적 자위권 강행 처리의 문제점은….

“2가지다. 먼저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아무리 확대 해석해도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일본이 무력을 행사하는 논리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두 번째, 헌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만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각의 결정이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피해 갔다. 이게 나쁜 전례가 돼 제2, 제3의 해석 개헌이 실시될 위험이 있다.”

―헌법 해석을 담당하는 내각법제국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아베 총리는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郞) 주프랑스 대사를 법제국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걸 본 법제국이 움츠러들었다. 정권이 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장관을 데려온다는 걸 아베 총리가 보여준 것이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논의는 적절했나.

“두 정당은 10년 이상 연립정권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양당 의원은 선거 때 상대방 조직의 지원이 없으면 당선되기 어려울 정도로 밀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공명당은 집단적 자위권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연립 이탈 카드를 없애 버렸다. 애초부터 ‘집단적 자위권 용인’이라는 결론도 내렸다.”

―아베 총리가 시종일관 밀어붙였다.

“아베 총리의 독단, 폭주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같다. 안정적인 의석수와 높은 지지율이 총리의 독단을 가능하게 했다. 과거 여당 내 양심적 지식인층이 있었지만 지금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활보하고 있다. 야당은 분산됐다. 지방의원들이 집단적 자위권 용인 반대 결의를 한 것에서 유일하게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집단적 자위권 허용은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자위대원이 해외 전쟁터에서 사망할 것이기 때문에 자위대를 보는 국민의 눈이 바뀔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위대원의 해외 전사를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배외적 내셔널리즘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

―동아시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과거 (일본의 침략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로 볼 것이다. 그 결과 군비 확대 경쟁의 악순환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죽음의 상인’만 기뻐할 것이다.”

―현재 일본 분위기가 제2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십분 공감한다.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인간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향후 반대 운동이 예상된다.

“앞으로 자위대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개정, 아니 개악(改惡) 반대 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거기에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집단자위권#법치국가#니시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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