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59)는 2009년 11월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카페에서 퇴직 공무원 이모 씨(79)에게 자랑스레 ‘비밀’을 털어놨다.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조 원을 자기앞수표와 금괴, 구권 화폐 형태로 박스에 담아 전남 목포와 부산 등지의 비밀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그 증거로 850억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보여줬다.
김 씨는 “비자금 박스를 옮기는 비용과 관리비가 필요한데 1억5000만 원을 빌려주면 두 배 넘게 갚겠다”고 제안했다. 비자금이 수표와 금괴, 구권 화폐라 바로 현금으로 쓸 수 없으니 먼저 돈을 빌려주면 곧 비자금을 현금화해 갚겠다고 했다. 퇴직금의 투자처를 물색하던 이 씨는 청와대 근무 경험을 내세우고 850억 원짜리 수표를 보여주는 김 씨를 믿고 한 달 뒤에 노후자금을 몽땅 건넸다.
김 씨가 빌려간 돈을 3년 반 넘게 갚지 않자 이 씨는 지난해 8월 김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경찰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다 지난달 24일 서울교대역에서 불심검문에 걸려 체포됐다. 김 씨는 1976년 특전사에서 복무할 때 청와대 경호실 작전처에서 3년 남짓 파견 근무한 경력만 있을 뿐 나머지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850억 원짜리 수표도 가짜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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