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한 일본 해상자위대가 미군 제7함대 운용 체계에 편입된다. 자위대 함정이 미군 함정과 함께 인도양과 동남아 해역을 경계하며 미군 함정이 공격당하면 전투 행위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변에 이같이 밝히고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2일 전했다.
도쿄(東京)에서 남쪽으로 45km 떨어진 요코스카(橫須賀) 항에 주둔하는 미 7함대는 세계 최강이다.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 11척 중 유일하게 해외에 영구 배치된 핵항모인 조지워싱턴함(9만7000t급)도 이 함대 소속이다. 이 함대의 작전 영역은 걸프 만에서 일본과 한반도에 이르는 서태평양 전역으로 미 본토의 14배인 1억2000만 km²에 이른다.
특히 7함대의 작전 구역에는 중국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가 포함돼 있어 자위대의 역할 확대는 동아시아 영토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외교 가정교사인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전 태국대사는 산케이신문에 “(집단적 자위권 확보로) 동남아 국가에 경제와 기술지원을 퍼붓고도 정치·군사적으로 무능력자 취급을 받았던 이미지를 없앨 수 있게 됐다”며 “일본 외교의 숙원이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7함대 작전 체계 편입을 반기는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더욱 주체적으로 원유 수송로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만이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 원유 수송로가 차단되는 사태를 국가 존립과 관련해 가장 우려해 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자위대가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미군 전투기 공중급유와 미 함정 호위가 가능하게 되면서 평시부터 유사시까지 통합 작전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적 역할 증대는 동북아 군비경쟁과 함께 지역 긴장을 한층 높일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 군함이 공격받는 등 유사시에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해 자위대까지 교전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군사·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맞서는 동남아에서 호평을 받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2005년 독일과 함께 상임이사국 진출을 겨냥한 안보리 개혁결의안을 제출했으나 한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도 서명을 거부했다.
한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는 1일 기자들에게 “(전쟁)억지력 효과를 높이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방위비 증액 방침을 시사했다. 같은 날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헌법 개정이 정론이며 다음 단계로 개헌을 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개헌 추진 방침을 밝혔다.
아베 내각은 2일 자위대법 등 집단적 자위권을 실행하기 위한 후속 법안을 만들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인 국가안보국에 30명 규모의 작업팀을 설치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후쿠이(福井) 현 육상자위대 주둔지를 방문해 “국민이 자위대에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완수할 수 있도록 조속히 법 정비 작업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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