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가까워지는 北-日
양국 스톡홀름 합의 한달만에 김정은 직속 조사위 명단 공개
보위부-인민무력부 등 참여, 일본도 “실효성있다” 판단
北 고립탈출-아베 실적쌓기 ‘합작’
북한과 일본의 납북자 조사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일 협상 한 달 만에 북한이 납북자 조사를 담당할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안을 내놨고 일본은 독자 대북제재 해제 방침으로 화답했다.
3일 일본 정부에 따르면 특별조사위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직속으로 설치돼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무력부 인민보안부 등 국방위원회 산하 주요 기구들이 모두 참여한다. ‘특별조사위는 북한의 모든 기관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일본 측 요구를 충족시켰다.
특별조사위는 △납치피해자 △행방불명자 △일본인 유골 문제 △잔류 일본인 및 일본인 배우자를 각각 담당하는 4개 분과로 나뉘고 분과마다 담당 기관이 명시됐다. 북한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4개 분과의 책임자 이름까지 밝히는 성의를 보였다. 북한은 늦여름 혹은 초가을에 1차 조사 결과를 일본 측에 통보할 계획이다.
‘특별조사위가 실효성 있게 구성됐다’고 판단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3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인적 왕래 △자금 유출 △선박 입항 등 일본이 독자 시행한 대북 규제 3개를 해제하겠다고 했다. 만약 다음 주초 특별조사위가 활동을 시작해 대북 규제가 해제되면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의장이 8일 열리는 김일성 주석 20주기 집회에 참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북한이 일본과 적극적으로 손잡고자 하는 데에는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궁극적으로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실현해 과거 청산 명목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려는 것이다.
아베 총리로선 국내용 실적 쌓기와 중국 견제를 위해 북한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 집단적 자위권 강행 처리 등으로 국내외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국내용 성과물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한중 관계의 급진전을 견제하고 한국을 압박하는 간접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교도통신은 3일 북한에는 500명이 넘는 한국인 납치 피해자가 억류돼 있지만 한국 정부는 1명도 귀환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북-일이 납북자 문제로 협력할수록 한국 정부는 곤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의 일방적 대북 제재 해제는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 공조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은 점점 속도를 내고 있는 북-일 관계 개선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자 북한이 의도적으로 러시아 및 일본에 접근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북-일 간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한다”고 답변했다. ‘환영’ 대신 ‘주목’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중국이 내심 불편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