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공동성명 내용은]
朴대통령-시진핑 주석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 합의
《 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뒤 첫 국빈 방문이자 다른 나라를 경유하지 않는 단독 방문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을 두고 북한은 잇단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고, 일본은 북-일 관계 개선과 대북 독자 제재 해제 카드로 견제구를 날렸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일본의 역사도발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만큼 강한 표현이 나오지 않았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공동성명 사전조율에서 한국은 ‘북핵 반대’를, 중국은 ‘일본의 역사도발 중단’을 명기하자고 요구했으나 결국 둘 다 명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봉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결국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한국은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 상대방이 요구하는 문구를 수용하지 못한 셈이다. 》 ●북핵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9·19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는 과거 3차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대북제재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도발행위 중단을 요구한 문서다. 무기 밀매와 사치품 거래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외교 당국자는 “중국 최고 지도자가 직접 안보리 결의 이행 준수를 북한에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위협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9·19공동성명도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대신 관계정상화와 에너지·경제지원을 제공한다는 합의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으로, 6자회담 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을 고립 압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힌 것보다 한발 나간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핵실험 위협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해석에 동의를 표했다. 북한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 성명에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9·19공동성명에 나오는 표현인 데다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 국가는 북한밖에 없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통일
▼ 中, 朴대통령 ‘드레스덴 제안’ 사실상 지지 표명… 시진핑, 남북 양측에 관계개선 속도낼 것 주문 ▼
박근혜 대통령이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내놓은 대북 제안의 명칭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못했다. 그 대신 제안의 3대 요소인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성명에 포함됐다.
성명에 언급된 3대 요소에 중국이 직접 지지를 표시하는 형식은 아니었다. 성명에는 ‘한국 측이 (드레스덴 제안의 3대 요소가)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의 공동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기울인 한국 측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고 표현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이라고 극렬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중국이 직접적인 지지를 성명에 명시하기를 꺼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드레스덴 제안 내용을 성명에 적시하는 것을 수용하고,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북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지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 압박도 잊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에 많은 불확정적 요소가 존재한다. 관련 당사국은 마땅히 정세를 타당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한 톤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 이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에 해당한다.
남-북-중 협력 분야에선 중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성명에는 ‘한중 양측은 지역 평화와 협력, 신뢰 증진 및 번영을 위해 양자 다자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소지역 협력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지난해 공동성명에 없던 내용이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중 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 간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중, 남-북-러 협력 등에 시 주석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의 참여를 설득하는 것이 실제로는 만만치 않은 작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일본
▼ 공동성명-기자회견 모두 ‘日 역사왜곡’ 언급 없어, 부속서에 “위안부 연구 협력”… 對日 공동대응 예고 ▼
日언론 “시진핑, 朴대통령에, 2015년 광복절 공동행사 제안”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3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우경화 행보나 역사왜곡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한 것은 불필요한 갈등 대신 외교상의 실리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성명은 동북아 갈등 정세와 관련해 “(양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의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라고만 밝혔다. 일제의 위안부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 검증,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양 정상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빗나간 셈.
대신 공동성명 부속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두고 양국이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 공동연구,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도 일제 위안부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해줄 것을 신청하는 등 이 문제에 매우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과 관련한 문제로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일본 대 한중’이란 갈등 구도로 비칠 부담이 작다는 점도 감안한 조치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중 간 물밑 공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소식통은 “통상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문서상에 적시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곤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체제 강화를 강하게 요구해온 동맹국 미국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합참의장의 만남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조율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3일 인터넷판에 중국 CCTV를 인용해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와 한반도 식민지 해방 70년을 맞는 내년 양국이 기념활동을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는 등 한중 공동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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