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지하철역 안에서 진모 씨(51·무직)는 무수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진 씨의 귀에 그가 찾던 억양이 들려왔다. 중국동포인 이모 씨(57·여)와 김모 씨(50·여)였다. 진 씨는 이들에게 다가가 경찰 ‘참수리’ 마크가 붙어있는 지갑을 보이며 “경찰이니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불법체류자가 아니었지만 이 씨와 김 씨는 중국 공안의 위세를 떠올리며 당황했다. 진 씨는 이들에게 “벌금을 내지 않으면 한국에서 추방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씨와 김 씨는 각각 50만 원을 진 씨에게 건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12년 6월부터 지난달 11일까지 경찰을 사칭해 중국동포 9명에게서 총 470만 원을 가로챈 혐의(공갈 및 공무원자격사칭)로 진 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진 씨는 서울 강남 일대 지하철역 안에서 옷차림을 보거나 말투를 듣고 범행 대상을 찾았다. 동종 전과 5범인 진 씨는 중국동포들이 한국 실정법에 어둡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진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에 사용한 ‘참수리’ 마크는 지하철역 안의 경찰 순찰함에서 떼어 지갑에 붙였다고 진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