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중국말로 농담을 던지자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측 참석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업무에 열중하고 계시다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젠더우취나얼러’는 최근 중국에서 흥행한 영화 ‘사인정제(私人訂製)’의 삽입곡 제목이기도 하다.
○ 166분간 이어진 단독·확대 정상회담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중국 언론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주석의 모습을 ‘친민낙민(親民樂民·국민과 가깝고 국민과 즐겁게)’이라고 묘사한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시 주석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박 대통령은 “시 주석께서 ‘포부가 있으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기다릴 수 있고, 산과 바다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듯이 양국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공조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날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은 45분씩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단독 정상회담 94분, 확대 정상회담 72분이 소요되면서 예정보다 1시간 16분 더 걸렸다. 박 대통령이 “두 나라의 공통 관심사가 많아지고 협력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는 증거”라고 하자 시 주석도 공감했다.
○ 세월호 애도 표시한 시 주석
시 주석은 확대 정상회담에서 “나도 맛있는 김치를 좋아한다”며 “(중국이) 위생기준을 개정하고 있어 조만간 한국 김치도 중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을 우선 협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중국에서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는 말이 있고, 한국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며 “중한 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이고 좋은 친구다. 중국은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나는 이번에 한국만을 단독으로 방문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중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도 질의응답은 없었다. 4일 서울대 강연과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 행사도 중국 측의 반대로 생중계 계획이 취소됐다.
○ 심야까지 이어진 국빈만찬
국빈 만찬에선 CBS소년소녀합창단이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대표곡인 ‘희망의 들판에 서서’를 불러 시 주석 부부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펑 여사는 1982년 중국중앙(CC)TV 설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불러 국민가수로 떠올랐다.
만찬 메뉴는 훈제연어샐러드와 삼색전유화(애호박전, 표고전, 생선전), 홍삼 화계선 등이 나왔다. 또 프랑스산 샤르도네 백포도주와 스페인산 템프라니요 적포도주가 제공됐다.
박 대통령은 건배사로 “한중 양국의 미래와 모든 분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라고 했고,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의 번영과 흥성을 위하여”라고 말했다. 1시간 20분간 진행될 예정이던 만찬도 45분이 더 소요됐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정계 인사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재계 인사를 비롯해 한국 측에서 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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