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차 수비’ 강한 회전력에 실수 연발… 자책 5골
‘헛물 프리킥’ 직접 쏜 99번중 달랑 2번만 성공
지난 대회보다 자책골 늘고 프리킥 골 줄어
1997년 6월 프랑스와 브라질의 경기.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루스는 골문 30m 지점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왼발로 강하게 찬 슈팅은 프랑스 수비벽을 한참 비켜 나갔다. 공은 큰 각도로 골문을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갑자기 공이 바나나처럼 휘더니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시속 108km, 초당 10회 정도의 강한 회전이 걸린 슈팅이었다. 카를루스의 이 골은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프리킥 골로 꼽힌다.
철벽같은 수비벽 사이를 뚫거나 넘어 그물을 세차게 흔드는 직접 프리킥 골은 강렬함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아무나 넣을 수 없는 골이다.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지네딘 지단(프랑스) 등 남보다 탁월한 기술을 지닌 세계적인 축구스타들만이 환상적인 프리킥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프리킥에 의한 멋진 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반대로 불명예스러운 자책골은 그 어느 대회보다 늘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16강까지 경기당 2.75골이 쏟아진 가운데 직접 프리킥에 의한 골은 154골 중 2골밖에 없다. 이마저도 99번의 시도 끝에 나온 결과로 성공률은 2%에 불과하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에서, 블레림 제마일리(스위스)가 프랑스전에서 직접 프리킥 골을 넣었다. 최근 대회들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줄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6골,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9골,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5골에 비하면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2010년 대회에서 2개에 그쳤던 자책골은 이번 대회 16강까지 벌써 5골이나 나왔다. 특히 이번 대회 첫 골이 개막전 자책골로 기록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라질 축구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들은 직접 프리킥이 사라지고 자책골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공인구 ‘브라주카’를 꼽고 있다. 표면 조각 수가 6개로 역대 공인구 중 가장 적고 가장 원형에 가까운 브라주카는 공기저항을 덜 받고 조금만 힘을 줘도 슈팅 속도가 빨라지고 회전력이 크게 걸린다. 프리킥은 정교함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프리킥 전문 선수들이라도 기존 공과는 다른 새 공에 맞추어 정교함을 가다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번 대회에 나선 수문장들의 기량이 좋아진 점과 브라주카의 이런 특징이 결합돼 프리킥 골이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브라주카의 회전력이 좋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크게 회전이 걸린 공에 잘못 발을 갖다댔다가 자책골로 이어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팀만 살아남은 8강부터는 프리킥 골이 늘고 자책골은 줄어들 것이라 전망된다.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하면서 브라주카를 다루는 법을 어느 정도 익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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