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
상대전적 4승3무1패 압도적… 해결사 판페르시 부진은 꺼림칙
네덜란드가 악전고투 끝에 코스타리카를 승부차기로 꺾고 4강에 진출했지만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다. 짜릿한 승리의 감격보다 상대 전략에 끌려다닌 경기 내용이 찜찜하다. 연장까지 가는 피 말리는 승부를 벌였기 때문에 준결승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체력이 100%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4강 상대인 아르헨티나에 대한 자신감에 위안을 삼고 있다.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에 무척 강했다. 역대 총 여덟 번 대결을 벌였는데 4승 3무 1패로 우세하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결승전에서 개최국 아르헨티나에 1-3으로 진 게 유일한 패배다.
특히 네덜란드에 19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기분 좋은 추억’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후반 종료 직전까지 1-1의 접전을 이어갔다. 양 팀 선수들이 연장전을 의식하고 있던 순간, 아르헨티나를 침몰시킨 건 최전방을 휘젓던 데니스 베르흐캄프였다.
베르흐캄프는 수비라인에서 대각선으로 길게 올라온 볼을 절묘하게 오른발로 떨어뜨려 놓은 뒤 아르헨티나 수비수를 제치고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의 한 방에 오렌지색 물결의 응원석은 열광했다. 세 번의 볼 터치가 하나의 우아한 동작으로 연결된 이 골은 지금도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를 타기 꺼려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했던 베르흐캄프는 이 한 방으로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로 남았다.
결정타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릴 4강전.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의 원맨쇼를 감당해야 할 네덜란드로서는 베르흐캄프의 추억이 그립기만 하다. 16강 멕시코전, 8강 코스타리카전에서 수많은 기회를 날리며 극도의 부진을 겪은 판페르시 때문에 네덜란드 팬들은 베르흐캄프 같은 해결사의 등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잡는 추억을 재현하며 두 대회 연속 네덜란드를 월드컵 결승에 올릴 골잡이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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