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도피 행각이 지속되며 ‘현상금 사냥꾼’들의 황당한 제보도 계속되고 있다. 유 씨에게 걸린 현상금이 ‘로또’에 버금가는 5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제보는 주로 5월 25일 유 씨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전남 순천시에 집중됐다. 6월 초순에는 한 무속인의 제보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무속인은 유 씨가 순천에 있는 ‘정혜사’라는 사찰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제보했다. 무속인은 “점괘를 쳐보니 유 씨의 기가 정혜사에서 강하게 느껴진다”며 신고했다. 정혜사로 올라가는 숲 속의 길에는 구원파 신도 4가구가 살고 있어 이전에도 유 씨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경찰은 무당의 점괘를 반신반의하며 현장에 나갔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유 씨와 닮은 외양 때문에 수차례나 곤욕을 겪은 사람도 있다. 순천에 사는 문모 씨(96)는 유 씨의 수배 전단에 나온 얼굴과 흡사한 백발과 얼굴 생김새 때문에 집으로 찾아온 경찰을 서너 차례나 봐야 했다. 문 씨의 아들이 구원파 신도이고, 거주지 인근에 구원파 신도가 많이 산다는 점도 문 씨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순천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수맥을 짚고 다니는 사람도 제보를 해 출동한 적이 있다”면서 “전국에서 (유병언이 숨어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는데 순천에 와본 적도 없으면서 유 씨가 있다는 순천 특정 장소의 주소와 건물 모습까지 상세히 제보해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황당한 신고는 순천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말에는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한 중년 남성(무직)이 서울의 한 경찰서로 찾아와 유 씨의 위치를 제보했다. 이 남성은 자신을 공무원 출신이라고 밝히며 유 씨가 서울의 한 번화가에 있는 A아파트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자필로 A4용지 3장에 그동안 유 씨의 행적을 정리한 이 남성은 “추리 결과 A아파트에 있을 것이다”라며 경찰을 설득했다. A아파트를 찾아간 경찰을 맞이한 사람들은 구원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신혼부부였다. 신고를 한 남성의 자녀들은 헛수고를 한 경찰에게 “아버지가 최근에 유 씨의 행방을 찾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해해 달라”고 한 뒤 사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 씨의 현상금이 5억 원으로 인상된 직후에는 하루에 전국적으로 2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최근에는 100여 건으로 줄었다”면서 “제보가 접수되면 어떠한 내용이든 확인을 해야 돼 경찰력의 낭비가 크다”며 신중한 제보를 당부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허위·장난 신고자는 6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 구류 처분을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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