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 누가 찍느냐,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조금씩 의미가 다를 수도 있지만 사진에 담긴 건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
개인적인 사진이야 얼마든지 포토샵으로 윤색할 수 있고 연출 상황을 만들어도 무방하겠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사용되는 사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공무원들이 사진을 조작하거나 삭제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달 25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진을 조작해 불법 건축물이 아닌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건축주로부터 대가를 받은 공무원 18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했다. 올해 초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를 기소하면서 조작된 사진을 제출했다. 검찰이 2012년 1월 유 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며 불법 월경 및 간첩 증거로 제시한 사진은 아이폰 위치정보 조사 결과 중국 옌지에서 찍은 것으로 판명이 났다. 법원은 유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4월 무죄를 선고했다. 해양경찰청 소속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사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이 발각될까 봐 내부 폐쇄회로(CC)TV 기록 일부를 삭제했다. 광주지법은 3일 이곳 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군인들도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다. 지난달 강원 고성군 22사단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해 12명의 장병을 희생 또는 부상시키고 자해한 임모 병장이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될 때 군은 대역을 동원했다. 본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은 군인들이 가짜 임 병장을 구급차에서 내리는 사진을 촬영해 보도했다. 군은 피범벅이 된 군인의 모습을 노출시키지 않았고 군 수사당국의 조사에 앞서 불필요한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되는 상황을 통제하는 데는 성공했다. 기자들의 의혹 제기에 국방부는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대역이었다고 실토했다. 대역 동원을 기획하고 실행한 군의 공보담당 장교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군 조직의 이미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자위하고 있을 수도 있다.
군이 대국민 홍보활동에 역량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은 군부독재시대가 끝나고 문민정부 시대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늠름하면서도 안전하고, 게다가 인간적인 군대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대국민 선전을 수십 년간 해왔고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병영체험 TV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누구나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군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일들로 군 이미지 쇄신을 위한 수십 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군 공보조직의 허점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임 병장 생포 도중 부상당한 소대장은 당초 발표와 달리 오인사격 때문이었고, 3일 새벽 백령도 연화리에서 목선을 타고 온 북한 주민은 ‘노크 귀순’이라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 대국민 홍보작전의 실패다. 국가 기관들이 작은 위기를 모면하려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공무원들의 이미지 조작은 그래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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