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상징서 도심 흉물로… 2002년부터 16곳 철거 85개 남아
약수고가 등 올해도 3곳 헐려
‘수도의 동서(東西) 혈맥’ ‘스피드 시대를 여는 도로’ ‘조국 근대화와 직결된 쾌속의 다리’….
1960년대 ‘고가도로’는 이렇게 묘사되곤 했다. 서울의 골칫거리인 교통난을 해소해주고 도심 과밀화를 방지한 고마운 존재이자, 서울의 발전을 상징하는 거대한 홍보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고가도로들이 하나둘 철거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 사라지는 고가도로
시간이 흘러 최근 고가도로는 도시 경관을 해치고 지역 발전을 막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올해 하반기에도 고가도로 세 개가 사라질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달 20일 0시부터 약수고가도로(장충동∼금호동)에 대한 교통 통제를 벌이고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현재 약수고가도로는 고가 아래 있던 지하철 환기구 등을 이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어 12월에는 서대문고가도로(충정로∼광화문)가, 내년에는 서울역고가도로(남대문로5가∼만리동)가 철거될 계획이다. 특히 서울역고가도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판 하이라인 파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재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철거 대신 기존 도로에서 공원으로 단장해 새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서울에서 철거된 고가도로는 모두 16개. 2003년에는 청계고가도로가, 가장 최근인 3월에는 옛 ‘굴레방다리’ 위에서 1968년 9월 개통해 46년간 존재하던 ‘아현고가도로’가 완전히 철거돼 사라졌다. 이로써 서울시내에는 총 85개의 고가도로가 남았다.
○ ‘자동차’에서 ‘환경’ ‘사람’ 위주 문화로
고가도로는 1960, 70년대 건설시대 ‘자동차 위주의 문화’가 만든 산물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고가도로는 1966년 취임한 김현옥 서울시장이 서울의 ‘입체도시화’를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당시에는 서울시내 곳곳의 병목현상을 완화시켜 주는 획기적인 시설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조물이 미관상 좋지 않은 데다 안전상의 문제도 생겨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2012년 대한토목학회 학술발표회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철거된 11개 고가도로를 분석한 결과 적게는 연간 63억 원(혜화고가), 많게는 133억 원(한강대교 북단 고가)의 경관 가치 편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래고가도로가 철거된 뒤 출퇴근 때 도림교∼영등포역 구간 통행속도가 3분가량 단축되는 등 오히려 교통 흐름이 원활해진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도심의 흉물로 변한 고가도로 철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고가도로 철거는 교통흐름상의 문제만 없다면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지역 개발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며 “고가도로를 철거해 달라는 다른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만큼 여러 여건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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