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인사 책임’ 어떻게 질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난맥상에 대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선(秘線) 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는 것이고 인사에 전혀 관여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에 대해서는 “KBS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면서 “인사가 잘되고 못된 데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사위원장인 저한테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인사 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총리 후보자 3명의 낙마에서 보듯 인사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책임이 무거운 김 실장은 지금껏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하거나 설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국민이 이제야 김 실장의 육성 해명을 듣게 된 것은 극히 유감스럽다.

김 실장은 인사 실패와 관련해 “때로는 청문회가 부담스러워 고사하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 반대해 고사하는 경우도 있어서 적임자를 인선하는 데 많은 애로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협소한 인재 풀만 들여다봤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인선이 어렵다고 해도 검증을 철저히 했더라면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연쇄 낙마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 실장의 해명이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김 실장은 인사 문제의 전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야당 의원의 추궁에도 답변을 회피했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이미 발표된 바 있는 청와대 내 인사수석실 설치였다. 인사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대통령부터 참모에 이르기까지 인사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인사관(觀)과 인사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조직을 만들더라도 소용이 없다.

김 실장은 자신이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는 데 대해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쏠리고 있다거나 비선 라인이 존재한다는 의혹은 결국 대통령비서실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김 실장은 이런 근본적인 의문에 답해야 한다.
#김기춘#대통령비서실장#박근혜 대통령#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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