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버클리대 교수 “최신 트렌드 따르고 공장식으로 제작… K팝 열풍은 한국의 수출 노하우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K-Pop’ 출간 앞둔 존 리 버클리대 교수

케이팝(한국대중가요)의 역사와 산업을 조명한 영문 학술서 ‘K-Pop’이 미국 캘리포니아대출판사에서 출간된다. 미국의 주류 출판사가 케이팝을 다룬 학술서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인 존 리(이재훈·55·사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교수다.

최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초청으로 방한한 리 교수는 케이팝의 성공 요인으로 “1960년대 이후 50년간 축적된 한국의 수출 노하우”를 꼽았다. 수출 주도로 성장한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이후 케이팝도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제이팝(일본대중음악)도 1980년대 세계시장에서 관심을 받았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내수시장에 의지해 정체됐기 때문이죠. 반면 케이팝은 민주화 이후 해외 진출이 늘기 시작했고,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엔 내수시장에 의지하기보단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단조에서 장조 위주로, 뮤직비디오의 영향을 받아 춤을 강조하는 쪽으로 혁신적으로 바뀌었지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과 미국에서 성장한 그는 케이팝의 세계화에서 한국인 이민자와 유학생이 주축이 된 ‘한국인 디아스포라(이산·離散)’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다른 나라를 잘 아는 것은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중요한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나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가수 싸이도 미국 유학 혹은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주류 시장인 미국에서 케이팝이 선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는 케이팝을 자신들의 아류로 생각할 수 있다. 주류 음악을 따라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싸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케이팝의 전형적인 제조방식에서 벗어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혁신적인 음악을 원합니다. 하지만 기획사가 주도하는 케이팝은 옛날 한국의 공장식 제조 방식을 닮았습니다. 음악의 유행이 빨리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식은 한계가 있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음악계도 창조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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