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9일부터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에서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인다.
이번 대화에 중국 측은 왕양(汪洋)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미국 측은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대표로 나선다. 이에 앞서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8일 제4차 미중 전략안보대화를 가졌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던 지난해 대화와는 달리 올해는 사이버 해킹 논란과 해상 영유권 갈등 등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가운데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미국과 중국의 최근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이후 가장 험난한 상태를 맞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을 중국이 중국 봉쇄정책으로 보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이번 대화에서 주요 안보 및 경제 현안들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3대 핵심 쟁점으로는 영유권 갈등, 사이버 해킹, 위안화 평가가 꼽힌다. 특히 중국은 해킹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장 조리(차관보)는 7일 “미국은 인민해방군 장교가 해킹에 관여됐다고 주장하거나 지역 해양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중단하라”며 “해킹 기소는 미국이 조작했으며 이는 중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사이버 안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중국과 주변국의 해양 분쟁에 개입하는 것도 ‘잘못된 행동’으로 미중 관계에서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데올로기나 어느 특정 국가가 동맹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화 평가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 재무장관은 과거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어 이번 대화에서 추가 절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중국은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가 상당 폭 오른 점을 강조하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대화에서 북한 비핵화나 해상 영유권 분쟁 등 중요 이슈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안보 이슈는 물론이고 경제 이슈에서도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케리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이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대화에서 다뤄질 예정인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관련해 시드니 사일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7일 “한국이 신중해야 한다”며 중국 주도의 AIIB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일러 보좌관은 “우리는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관여하는 금융기관으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갖고 있으며 두 은행은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세이프가드, 조달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AIIB가 현 시점에서 이 같은 기준들을 이행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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