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에서 열릴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행사는 10년 전과 달리 한국 정관계 인사들의 발길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이고 정치인들도 한일관계가 악화된 민감한 시기임을 고려해 참석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9일 “자위대 창설 행사는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외교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어 참석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매번 기념식 때마다 일본 측에서 초청장을 보내오지만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고 올해도 참석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 때는 일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관 일부가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했다.
정치권도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일의원연맹 회장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초청장은 최근 받았으나 주한 일본대사관이 의례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기념식에) 누가 참석하겠나.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가운데 참석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1명이 머무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의 안신권 소장은 “전쟁 범죄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에 대해선 일절 대꾸도 하지 않는 일본이 세를 과시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일본의 자숙을 촉구했다.
올해 자위대 행사가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해석 개헌을 단행한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선전은 물론이고 역사 왜곡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발표하는 날짜도 자위대 창설 60주년이 된 이달 1일을 선택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가 우려스럽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했다.
한편 한국 주재 외국 대사관 소속 무관들은 대부분 초청장을 받았고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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