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 만들자” 지자체 문학관 건립 열풍

고은-김주영-조정래 이름 내걸어… “잘되는 곳은 일부에 불과” 우려도

지난해 경기 수원시는 고은 시인을 ‘스카우트’했다. 수원 광교산 자락에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265m² 규모의 주택을 제공했고, 고은문학관 건립도 추진하려고 한다. 고은 시인과 수원은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시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시인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시인은 수원 지동 시인골목 담벼락에 자필로 시를 쓰고, 수원SK아트리움 개관을 맞아 시를 낭송했다.

시인의 고향인 전북 군산시에서는 고향을 두고 ‘엉뚱한’ 도시에 시인을 빼앗겨 뒷북을 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초 ‘자랑스러운 군산인, 고은 시인 예우사업 추진위원회’ 발족을 위한 준비회의가 열렸다. 추진위 주도로 문학상과 백일장을 추진하고 생가 터 복원과 문학관 건립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북 청송군은 지난달 객주문학관 개관식을 열었다. 청송 출신 소설가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한 문학관으로 총예산 75억 원이 투입됐다. 전남 보성군에는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주제로 한 태백산맥문학관이 있고, 2006년 강원 화천군에는 소설가 이외수에게 집필실을 제공하면서 조성된 감성마을이 있다. 경기 광명시도 2017년 개관 목표로 KTX 광명역 근처에 기형도문학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상징으로 삼을 만한 대표 문인과 작품을 잡아 문학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부산하다. 지방에서는 웬만한 지명도와 문학적 성과가 있는 문인은 적극적으로 개별 문학관을 건립하는 추세여서 서울 출신 문인들이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문학관을 세우지만 관람객이 즐겨 찾는 ‘잘되는’ 문학관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