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쏴 올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이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등을 기념하는 군 열병식에서 TEL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실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노출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주목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의 전술로켓 발사 훈련을 참관하는 장면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김정은은 발사 장소에서 1∼2km 떨어진 야외 연단에 앉아 북한군 지휘관들과 함께 미사일 발사 모습을 지켜봤다. 한국 군 당국은 이 모습이 전날(9일) 새벽 황해도 태탄비행장 인근 지역에서 스커드-C 미사일의 발사 장면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미사일은 북한 영토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500여 km를 날아간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또 다른 사진에는 미사일이 TEL의 수직발사대에서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속 TEL은 좌우에 타이어가 4개씩(4X4) 장착된 군용차량에 수직발사대를 탑재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대남 기습타격용 핵심전력인 TEL의 실제 운용 장면을 공개한 전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TEL의 세부 제원이나 발사장소 및 시설 관련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TEL 발사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젠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대남 선제타격 능력을 보유했다고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TEL은 수시로 이동하면서 미사일을 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이나 레이더로 사전에 포착하기 힘들다. 북한은 스커드를 비롯해 노동과 무수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TEL을 200대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명령만 내리면 언제 어디서든 핵과 생화학탄두까지 탑재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날 발사 훈련을 지도하면서 “말과 행동이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직접 발사 명령을 내린 김정은은 “적들의 무분별한 대결 광증을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으로 제압하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바로 다음 날 김정은의 참관 사실을 공개하는 움직임은 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던 이례적 행보다. 김정은이 무력시위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통해 위협이 실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댓글 0